[가정예배 365-5월 1일]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입력 2014-05-01 02:19


찬송 : ‘주여 주여 우리를’ 632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누가복음 18장 13∼14절


말씀 : 싱그러운 계절 5월을 맞이했으나 세상은 노란 물결로 덮여 갑니다. 보름 전 세월호 사건에 아직 우리 마음이 붙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무사귀환 소망의 끈을 붙들고 기도하던 이들이 하나하나 시신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조문 행렬은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읽게 합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사건 보도와 사태를 다루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규정을 어기고 욕심껏 짐을 실은 여객선 운영자의 모습이나 위험한 수로를 지나가고 있음에도 무감각하게 잠을 자던 선장의 모습이나 사태 처리의 책임을 갖고 있는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며 갖는 생각입니다. 이러할 때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오늘 성경은 바리새인과 세리가 기도하는 장면입니다. 먼저 바리새인의 기도를 소개합니다. “나는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합니다.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소득의 십일조를 드립니다. 특별히 저 세리 같지 않음을 감사하나이다.” 따로 서서 기도하던 그는 여러 가지 자기 자랑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리를 보십시오. 할 말이 없었습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가슴만 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백합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특별히 할말이 없던 그는 기도의 내용도 간단합니다. 다만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뿐입니다. 두 사람의 기도에서 누가 더 의인인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나님은 자랑거리가 많은 바리새인이 아니라 세리를 옳다 인정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였습니다. 신앙생활은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 같습니다.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처럼 죄와 허물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대면할 때 거기 내가 영적으로 사는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에 분노하는 것은 그 가족들만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경쟁적으로 살아가던 나의 삶이 문제임을 직시하고 ‘제가 죄인입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고백하며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무릇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눅 18:14)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행여 지나친 욕심과 무관심으로 가정이라는 배가 침몰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실 하나님께 불쌍히 여겨달라고 구하는 것은 굳이 세월호 사건 때문만은 아닙니다. 창조하신 하나님의 형상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본래적인 일입니다. 납작 엎드려 하나님의 은총을 구할 때 살려주시는 은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이 땅의 백성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족을 잃어버리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긍휼히 여겨 주소서. 이 땅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이 땅을 고쳐 주시어 이 민족을 새롭게 하소서. 하나님의 공의가 하수와 같이 흐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주기도문

조경열 목사(아현감리교회)

◇조 목사 약력=감신대 및 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목회학박사. 감리회 중부연회 목사 안수, 기독교타임즈 논설위원 역임. 현 아현감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