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영서 (14) 기독 실업인의 최고 덕목은 ‘상혼’보다 ‘믿음’

입력 2014-05-01 02:19


한때 나는 목회자의 길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신학교에 갔었다. 그래서 진로를 바꿔 일본으로 유학 갈 때 바른 선택인지 갈등이 많았다. 그런데 결국 내가 목회자가 되는 것은 어머니의 소망이었고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응답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을 기억했다.

요즘 청년취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 결혼 적령기 문제 등이 대두되는데 나는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청년들 자신이 진짜 자기 모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님은 인간을 각양각색으로 만드셨다. 아무리 쌍둥이라도 서로 다른 부분이 있고 지구촌 모든 인간 중에 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숨기고 아닌 척 해 보아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경 속의 위대한 인물들도 다 달랐다. 그 다른 면들을 하나님은 쓰셨다. 나는 누구에게나 다가가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주신 성향이자 그동안 사업하며 훈련된 모습이다. 군고구마 장사와 꽃 장사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이제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얻어진 부분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로, 하나님이 인간을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것은 반드시 쓰시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그 길을 바르게 걷는 삶은 참으로 행복하고 축복된 삶이다. 내가 부족하고 연약하고 보잘것없고 초라해도 겸손히 하나님을 섬기고 산다면 이는 성공한 삶이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을 믿고 기도만 하면 무조건 잘 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입술로만 고백하고 행동은 없는 크리스천들이 많다. 하나님은 이들의 손을 무한정 들어주시지 않는다.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다면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뛰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부모의 신앙으로 자녀들이 무조건 구원에 이를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해야 한다.

나는 사업을 통해 성공의 범위를 점점 넓혀 나가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고 선교하는 영향력 있는 평신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돈을 따라가는 사업가가 되지 않기로 다짐했다. 오랜 경험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돈 돈 돈’을 외칠수록 돈을 못 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급하면 돈은 붙지 않는다. 또 돈이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지나친 돈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진리를 깨닫지 못했던 나는 야심차게 많은 비용을 들여 3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준비했었다. 이것을 내 놓으면 대박을 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은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비장의 카드로 삼았다. 그것은 ‘미스터 빈대떡’ ‘노발대발’ ‘육회달인’이라는 브랜드였다. 나는 이 브랜드를 들고 2011년 미국 버지니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모임에서 300여명의 해외 프랜차이즈 바이어들을 만났었다.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소개하고 ‘죽이야기’를 포함한 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행사를 잘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갑자기 내가 만든 3가지 신생 브랜드가 모두 ‘술안주용’이라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즉시 내가 하는 이 사업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란 생각과 연결됐다.

세계선교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는 내가 이 정도 생각밖에 못한 것이 참 부끄러웠다. 나는 다음 날 아침 바로 국제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알렸다.

“오늘 이 시간부터 준비한 세 브랜드는 모두 철수합니다. 자료를 모두 버리세요. 재검토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께 단단히 약속을 드렸다.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술과 관련된 프랜차이즈는 하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