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아이들의 분노] “학교 정상화 통해 학생들 안정 도모 교사·유가족 등 고통 치유 서둘러야”

입력 2014-04-30 04:53


단원고 상주하는 정운선 교육부 정신건강지원센터장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 16일은 정운선(사진) 교수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의 생존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치료를 마무리한 날이었다. 5명이 희생된 지난해 여름 공주사대부고의 해병대 캠프 사고 이후 벌써 세 번째였다.

기울어진 채 바다로 침몰하는 여객선을 보며 정 교수는 바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중요한 건 구조에서만이 아니다. 재난이 벌어졌을 때 학교와 지역사회,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상처를 최소화해 일상으로 복귀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일단 진도의 생존자들을 다독이고 단원고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즉각 센터 직원을 3명씩 진도와 단원고에 파견했다. 전국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들에게는 “모든 걸 팽개치고 달려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뿌렸다. 그렇게 200∼300명의 전문 인력이 단원고 지원을 위해 모였다.

28일 안산에서 만난 정 교수는 “재난이 벌어지면 초기 1주일의 대처가 제일 중요하다. 준비된 인력과 네트워크가 있어서 비교적 빨리 움직였다”고 말했다.

지난 2주간 정 교수팀이 해온 활동의 초점은 ‘단원고 정상화’였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일을 하면서 슬퍼하고 애도하고 울고 웃으며 극복해 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원고를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시키자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했고 그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생존 학생들의 복교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1·3학년과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않은 2학년 13명은 상담과 수업을 병행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문제는 남았다. 단원고 내부에서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교사들이라고 했다. 그는 “교사의 90%가 고위험군으로 보인다. 교사들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바로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이들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교사들을 진도에 파견하는 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모든 지원이 학교에 집중되면서 진도의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 일반인 희생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유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사건 초기에 1대 1로 접촉해 지속적으로 돕지 않으면 장례 이후 집으로 칩거해 아예 레이더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유가족은 분노와 상실감이 너무 커서 개입이나 지원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유가족에 대한 심리 지원에 성공해본 기억이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생존자 희생자 실종자의 부모 형제자매 친척까지 수천명의 관련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을 잘 돕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핵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칠곡 아동학대 사건의 검찰 측 주치의이기도 하다.

안산=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