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유병언 일가 계열사 지배구조 이용 수백억대 회삿돈 빼돌린 정황 포착
입력 2014-04-30 02:31
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계열사 간 복잡한 지배구조를 이용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자산 증식에 나선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 간 지분거래와 물품·용역 내부거래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 자금을 빼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9일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로 있는 문진미디어 전 임원 김모씨 자택과 회계법인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김필배(76) 전 ㈜다판다 대표와 함께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대표는 오전 10시 측근들의 부축을 받으며 인천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마스크에 검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을 감췄다. 김 대표는 ‘청해진해운 자금이 유 전 회장에게 건너갔느냐’ ‘유 전 회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유 전 회장 일가와 함께 계열 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유 전 회장 일가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에 30억원이 넘는 컨설팅 비용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세모와 국제영상, 온지구 등 계열사 3곳의 감사도 맡는 등 유 전 회장의 핵심 7인방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유 전 회장에게 ‘회장님 급여 명목’으로 매월 1000만원 이상 억대 연봉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유 전 회장과 공모해 횡령·배임·탈세 등의 경영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청해진해운과 관계사 경리직원 등 관계자, 회계법인 등의 조사를 통해 이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선주로서의 과실 여부에 대한 수사는 목포의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차남 혁기씨와 딸 섬나(48), 상나(46)씨 등은 이날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이들은 변호인을 통해 “이번 주 중으로 검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자녀들과 함께 귀국해 소환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한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 관련 계열사에 대한 수사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기업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증권범죄합수단 소속 검사 3명을 수사팀에 추가 투입했다. 검찰은 30일 계열사 대표급 관계자도 추가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번 주 중 계열사 대표 등 책임자 일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