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김한식은 선박 문외한… 유병언 자금줄 역할 ‘바지사장’

입력 2014-04-30 03:24


검찰이 29일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를 피의자로 조사한 것은 선박 유지·수선 및 안전 관리 등에 투입해야 할 회삿돈을 오너 지원 등에 쓴 경영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 조사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도 짙다. 김 대표는 해운이나 선박업계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갑자기 청해진해운 사장 자리에 발탁됐다. 검찰은 그가 계열사 재편과 경영권 편법승계 과정에서 유 전 일가와 공모해 횡령·배임, 탈세 등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문외한이 ‘낙하산’ 사장으로=김 대표는 2009년 10월 청해진해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 이전 청해진해운 근무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3월 단독대표에 선임됨과 동시에 회사 지분 11.6%를 한번에 확보하면서 ㈜천해지(39.4%)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김 대표가 유 전 회장 일가를 대리해 차명으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자인 김 대표의 취임은 청해진해운 계열사들이 2007년 10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김 대표는 그 무렵부터 계열사들의 감사 자리도 맡기 시작해 현재 ㈜세모, ㈜국제영상, ㈜온지구의 감사로 등재돼 있다. 지난달까지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로도 있었다.

청해진해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과거 유 전 회장 소유의 회사에서 회계 분야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안다. 그의 부인이 구원파 핵심 신자인데 김 대표도 교단에서 신임을 얻어 사장과 감사가 됐다”고 전했다. 인천 해운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 십수년간 일하면서 김한식이란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는 본업에 충실하기보다 상부의 계획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대리인 역할에 치중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직원들) 안전교육을 너무 안 시켰다. 규정대로 한 것으로만 알고 있지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거기까지 관여를 안 한다”고 말했다.

◇선박·운항 관리보다는 자금줄 역할 치중=청해진해운은 2010년 김 대표가 감사로 있는 국제영상과 온지구 지분을 각각 4.17%, 4.03% 매입했다. 모두 5억원이 들었다. 11억5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던 2011년에도 온지구에 1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유 전 회장 사진작품 판매·전시 사업을 하는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지분 5억5000만원어치(7.33%)도 매입했다. 김 대표 체제 이전 계열사 지분 투자는 없었다.

청해진해운은 2010년 2월 한강 수상관광택시 사업을 하는 ㈜즐거운서울도 흡수합병했다. 그 대가로 즐거운서울 측에 청해진해운 주식 13억7000만원어치를 넘겼다. 당시 즐거운서울은 유동자산이 600만원에 불과하고 이익결손금이 2억1500만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즐거운서울 대표 신모(59)씨는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출신으로 사실상 계열사 부실을 청해진해운에 떠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청해진해운은 2001년부터 유 전 회장 일가 측에게 상표권·특허권 사용료, 자문료 등 명목으로 모두 122억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9년 이후 재무제표상 판매·관리 수수료로 기재된 항목은 총 62억5000만원으로 연평균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2001∼2008년 평균 7억5000만원보다 매년 5억원씩 더 넘어간 것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유령 컨설팅회사를 내세워 계열사 자금을 직접 받아가는 구도를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는 지난해 3월 취항 이후 1억여원을 회장 일가에 상표권료로 지급했다. 총 124차례 출항하면서 매번 100만원가량을 이름값으로 낸 셈이다. ‘세월(SEWOL)’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지난해 1월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다. 장남 대균(44)씨는 2003년 세월호와 쌍둥이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 상표 등록을 했다. 유 전 회장과 두 아들은 청해진해운 배 다섯 척에 대해 모두 상표권을 갖고 매년 사용료를 받아왔다. 이들은 다른 계열사 사명, 제품명 등 모두 1600여건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해 놓고 사용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유 전 회장 사진집 200권을 1억원 정도에 구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지호일 기자, 인천=조성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