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실종자 가족들, 정부에 대한 기대 접었나

입력 2014-04-30 04:12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 표명 후 처음으로 29일 전남 진도 현장을 다시 찾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신 수습 소식과 다이빙벨 투입 여부 등 구조상황에 귀를 기울였을 뿐 총리 방문에는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 총리는 오전 10시30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일정을 바꿔 진도로 향했다. 항공편과 관광버스로 오전 10시40분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에 도착했다.

정 총리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으로부터 수색과 구조상황을 보고받았다. 오후 3시50분부터는 독도함에서 해군의 구조활동을 지휘했던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합류했으며,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참석했다.

정 총리는 대책본부에 수색·구조 작업을 독려하는 한편 시신 유실 방지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유속이 빨라지는 ‘대조기’를 맞아 수중작업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잠수사들의 안전에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불편사항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도록 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팽목항이나 진도체육관을 찾지 않고 진도군청에만 머물렀다. 이 때문에 ‘시한부 총리’ 신분으로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받을까 두려워 몸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지부진한 구조작업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들을 먼저 위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진도군청과 진도체육관은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다.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직후인 지난 17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다가 욕설과 물세례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하루에만 10여구의 시신이 수습되자 신원 확인에 분주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대형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 속보를 보며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다 시신 수습이 전해지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일부 가족들은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으로 급하게 이동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진도 방문에 신경 쓰는 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도 실내체육관의 한 자원봉사자는 “(생존자 가족들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진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장에 상주하며 사고대책본부를 직접 지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상경했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다. 상경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는 사고 수습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