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16명 추가 수습했지만… 물살 빨라져 더 이상 속도 못내

입력 2014-04-30 04:12


꽉 막혔던 수색작업에 물꼬가 다소 트였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9일 1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하지만 거센 조류 등의 문제로 수색작업이 더 이상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구조팀은 다음 달 15일까지 구조·수색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는 선체 인양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도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번 주 안에 1차 수색 완료를 목표로 하라”고 지시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서 떨어져 나간 컨테이너 일부가 북서쪽으로 약 7㎞ 떨어진 서거차도에서 발견됐다. 조류에 밀려 7㎞나 떠내려간 것이어서 시신 유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29일 “오전에 4구, 오후 들어 1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이 중 3구는 4층 좌현 객실에서, 나머지 13구는 5층 로비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망자는 205명, 실종자는 97명이 됐다.

합동구조팀은 승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64개 격실(선실·식당 등 배 안의 분리된 공간) 중 현재까지 43곳에 대한 1차 수색을 끝냈다. 나머지 21곳은 대부분 좌현 객실로 구조팀은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날 가장 큰 성과는 4층 좌현 쪽 격실 진입로를 확보한 점이다. 4층 좌현 격실은 학생들이 상당수 몰려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현 입구에서 22m나 더 들어가야 해 잠수사들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구조팀은 5층 로비에도 처음 진입해 시신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팀은 1차 수색을 다음 달 7일, 재수색을 다음 달 중순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보고받은 정 총리는 “구조·수색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동원하라”며 “모든 선실에 대한 1차 수색을 이번 주 중 완료하도록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작업 자체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부터 유속이 최대 초속 2.4m에 달하는 ‘대조기’가 시작돼 잠수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물살이 빨라지면서 잠수사들은 메고 있는 산소공급 호스가 심하게 흔들려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잠수사들은 “수색작업의 밑그림으로 삼고 있는 선체 내부 도면과 실제 선체 구조가 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해경 관계자는 “선사와 한국선급에 확인한 결과 내부 고정식 가구 배치 등을 제외하곤 다른 점이 없다고 한다”며 “시야가 좋지 않아 잠수사들이 실제로 느끼는 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펫 책상 의자 등의 집기가 뒤엉켜 있어 잠수사들이 경로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미국 네덜란드 영국 일본에서 온 외국 전문가들도 어려운 환경 탓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27일 이들과 함께 사고 해역에 나갔던 한 관계자는 “조류를 극복하고 잠수 시간을 늘릴 방안에 대해 자문했는데 그들도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말했다.

‘다이빙벨(잠수용 엘리베이터)’은 이날 시험을 마치고 본격적인 투입을 앞두고 있다.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잠수 중에 잠시 들어가 쉴 수 있는 장비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이 장비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장시간 수색작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다이빙벨이 투입돼도 기적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이빙벨은 민간잠수사가 활동하는 선수 쪽 수색에만 투입될 예정이다. 해경 고명석 대변인은 “아마 이 대표와 함께 투입되는 잠수사들이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