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적폐 척결 못해 한스럽다”… 박 대통령, 관피아·철밥통 추방 의지
입력 2014-04-30 02:17 수정 2014-04-30 15:36
안산 분향소 조문 직후 국무회의 주재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관료사회의 적폐(積弊)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공직사회를 향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공무원 인력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해묵은 폐단들을 하나하나 뿌리부터 척결하겠다는 의미다.
◇공직사회 ‘그들만의 리그’ 손본다=박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직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저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려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운업계의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관행을 질타하면서도 이를 공직사회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로 규정했다. ‘민관유착’에 대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라고 지목한 박 대통령은 “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들을 나열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며 “칸막이 속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 여러 보직을 거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관료만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 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 “국무위원을 포함해 모든 고위 공직자가 소속 기관의 이런 병폐를 낱낱이 찾아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공무원 임용 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관들 철저히 반성해야”…내각 ‘리셔플링(reshuffling)’ 시사=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무원들의 무책임에 분노하고 있지 않느냐”며 “어떠한 위선도, 말만 앞서는 정치도 이제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헌신과 노력으로 소명을 다해 주기 바란다”며 “그 이후의 판단은 국민들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사태가 수습된 이후 문책성 개각을 대폭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대응 과정을 보면 여전히 국민이 아니라 부처 입장에 서 있는 공직자들이 많았는데 각 부처 장관부터 철저히 반성하면서 새로운 협업의 틀을 짜야 하겠다”며 부처 간 협업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제가 계속 챙겨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