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구조 매뉴얼조차 안 지킨 해경… 인명피해 ‘禍’ 키웠다
입력 2014-04-30 03:10
해경의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대응 미흡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경의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 수칙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58분 사고 소식을 접한 목포해경 상황실은 당시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123정에 연락했다.
당시 독거도 남방 2.7㎞ 해상에 있던 123정에서 세월호까지 거리는 19.3㎞였다. 123정은 최대속도(25노트)로 달려 9시30분 좌현으로 45도 기울어진 상태의 세월호 앞 안전거리인 150여m 해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123정의 구조요원 14명 가운데 단 2명만이 세월호에 올라 승객들의 구조 조치에 나섰다. 맨 먼저 세월호에 오른 이모 경사는 세월호의 구명벌을 펼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겨우 2벌의 구명벌만 바다로 투하시켰다.
또 다른 구조요원은 선미에 오른 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던 승객 2명과 함께 이준석(69) 선장과 승무원들을 구조한 뒤 일반 승객들이 구명보트로 옮겨 타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전부였다.
사고 선박들에 대한 구조 조치의 정확하고 체계적인 매뉴얼이 있는데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초기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구조장비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해경의 한 간부는 세월호 선내로 진입해 승객 구조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내 진입 시 승객 구조에 필요한) 장비도 없고 (구조) 인원도 부족한데 어떻게 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123정은 조타실에서 이 선장 등 승무원 15명을 구조했지만 이들을 구조 활동에 참여시키지 않고 육상으로 인계했다.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 당시 배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 해안경비대장이 재승선을 지시하며 남아 있는 승객 현황을 파악하라고 단호하게 대응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해경은 뒤늦게 오후 5시40분이 돼서야 이 선장을 사고 현장에 호출했지만 이미 세월호 선체는 대부분 물에 잠긴 상태였다.
해경이 ‘전복 사고 발생시 체크리스트’의 항목대로 점검만 했어도 인명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체크리스트에는 승객 또는 선원의 퇴선 여부 파악, 구명조끼 착용 여부, 당시 상황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해경이 처음 도착했을 때 매뉴얼대로 퇴선 여부를 조사해 300여명의 승객이 아직 배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선체 내부로 진입해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첫 해경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세월호가 이미 좌현으로 5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였지만 승객이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기울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월호에서 승객의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은 해경의 첫 경비정이 도착하고 47분이 지난 오전 10시17분까지 계속됐다. 해경이 47분 동안 매뉴얼대로 세월호 선체 내에 진입해 최소한의 객실 문을 확보하고 선체 내 수색활동에 나서는 등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구조 조치만 취했더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목포=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