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아해, 2년전 받은 국고보조금 2억→7억 ‘고무줄 공시’

입력 2014-04-30 02:11


유병언 일가 관계社 기막힌 엉터리 회계

세월호 선사(船社) 청해진해운의 ‘셀프 감사’가 논란인 가운데 청해진해운 및 아이원아이홀딩스 관련회사들의 회계 처리에서도 크고 작은 오류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애초 없던 수억원의 국고보조금이 1년 뒤 외부감사에서 새로 집계되는가 하면, 계열사끼리 주고받은 매출·매입액이 판이하게 공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 당국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관계사들과 회계법인의 유착 의혹을 겨냥한 시점에서 외부감사법인 부실감리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작년엔 없던 국고보조금, 다시 보니 있네=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인 전북 완주군 소재 도료회사 ㈜아해는 2012년 한 해 동안의 국고보조금 내역을 해마다 다르게 공시하고 있다. 특정 기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어야 하지만 이례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4월 1일 공시된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는 2012년의 국고보조금 수령액 합계가 2억461만4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 7일 공시된 201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는 2012년의 수령액이 슬그머니 7억2305만2000원으로 늘어나 있다.

지난해 투자자와 금융 당국에 알리지 않았던 국고보조금 내역이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아해는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는 2012년 한 해 동안 ‘내오존성이 우수한 고도정수처리시설’ 관련 국고보조금이 3760만3000원이었다고 알렸다. 하지만 올해에는 같은 기간 이 국고보조금의 맨 앞에 슬쩍 숫자 1을 덧붙여 1억3760만3000원으로 1억원을 더했다.

이 회사가 2012년 ‘방사성 농축폐액 처리설비 국산화’와 관련해 받은 국고보조금은 회계가 더 엉망이다.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는 0원이었던 이 국고보조금은, 201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는 갑자기 3억9087만원을 받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아해의 외부감사를 도맡아 온 나래회계법인은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나 올해에나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표했다.

◇준 돈은 3억8416만원, 받은 돈은 8400만원=특수관계자끼리의 자금 거래액이 안 맞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두 회사 사이에 지불한 돈과 수령한 돈이 장부마다 다르게 기록돼 있는 셈이다.

유 전 회장 일가 관련사들의 지주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신고한 2012·2013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종속기업 천해지로부터 2012년 한 해 동안 8400만원을 매출액으로 벌어들였다. 하지만 천해지가 신고한 2012·201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에서는 같은 기간 천해지가 지배기업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매입한 금액이 3억8416만원으로 나타난다. 두 회사의 외부감사를 맡은 중앙회계법인과 한영·대주회계법인은 모두 적정 의견을 표했다. 천해지는 지불했고, 아이원아이홀딩스는 받지 못했다는 3억여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기본적인 회계마저 삐걱거리는 유 전 회장 일가 관계사들에 대해 검찰은 관련 회계법인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유착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회계법인의 비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등록 취소 등 강력 제재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