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빛 좋은 개살구’ 감독대행… 최근엔 차기 찾기 위한 ‘임시직’ 인식
입력 2014-04-30 02:51
지난 23일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LG는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이끌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두며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그런데 29일까지 LG의 공식 승패 기록은 조 감독대행이 아니라 김 감독에게 돌아갔다. 김 감독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는 예우 차원에서 김 감독을 엔트리에서 빼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KBO에도 아직 LG의 감독은 김 감독으로 돼 있으며, 조 감독대행은 수석코치로 등록돼 있다. 다만 LG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명시하고 있다.
야구계에선 LG가 하루 빨리 새 감독을 선임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사령탑을 찾기 쉽지 않아 감독대행 체제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독대행은 감독이 임기 중 경질이나 사퇴로 팀을 떠난 후 정식 감독이 임명될 때까지 팀을 지도하는 감독을 말한다. 통상 수석코치가 그 역할을 맡는다. 프로야구에서 감독대행은 198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37번 있었다. 이 가운데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사례는 14번(38%) 뿐이다. 80∼90년대엔 감독대행이 그대로 정식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00년대 이후 그 비율이 점점 줄더니 최근에는 손꼽을 정도다.
최근 몇 년간 대행에서 곧바로 정식 감독이 된 사례는 2011년 이만수 SK 감독뿐이다. 이 감독의 경우도 사실상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김성근 전 감독이 프런트와 불화를 일으켜 사퇴했었다.
최근 프로야구 감독대행은 새 감독을 찾기 위한 시간벌기용인 경우가 많아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을 듣는다. 잘하든 못하든 결국 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감독대행 부임 초반엔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해 성적이 잘 나오지만 점차 상승세가 꺾이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시즌 중에 물러난 것은 이미 그 팀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석코치는 감독과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감독대행=임시직’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시즌 초반에 지휘봉을 넘겨받아 어려운 처지인 조 감독대행이 어떻게 LG를 이끌고 나갈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