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골 기업 늘자 은행권도 ‘식은땀’

입력 2014-04-30 02:38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부실이 많아짐에 따라 올해 법인세가 정부 목표대로 걷힐지 의문이다. 또 지난해처럼 기업 부실이 은행권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1710개 기업(상장 1541개, 비상장 169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보다 2.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는 보통 전년도 기업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가 올해 세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법인세수 예상액을 지난해보다 560억원 많은 46조181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예산(추경 기준)에선 45조9621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거둬들인 세액은 2조1000억원이 모자랐다. 지난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올해 세수 목표는 더 높게 잡았기 때문에 또다시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변화만으로는 세수를 속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인세수 변화를 파악하려면 법인 금융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분, 지하경제 양성화 노력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2년보다 올랐기 때문에 법인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은의 이번 기업 경영실적 조사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체 법인을 조사한 통계는 오는 10월 나올 예정이다.

기업 사정이 어려우면 기업에 큰돈을 빌려준 은행도 위태로워진다. 지난해 은행들은 STX그룹 등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다가 실적이 급락했다. 올해도 그런 악조건이 이어질까 봐 은행들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담당 임원은 “맡고 있는 주채무계열 그룹 가운데 한 곳이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아침 기도한다”며 “기업들에서 큰 문제가 안 생긴다면 은행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리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순이익이 1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5억원(33.1%) 줄었다. KT ENS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충당금 655억원을 쌓으면서 순익이 급감했다. KB금융그룹의 1분기 순익도 감소했다.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0억원(9.2%) 줄어든 373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그룹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5584억원으로 전년보다 775억원(16.1%) 증가했다. 카드 등 비은행 부문 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주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순익이 4251억원으로 25.8% 늘었다. 대손비용이 76.8%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의 대손비용 감소가 1분기부터 나타나면서 앞으로도 안정적인 이익 실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