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장인(匠人)정신이란 무엇인가?
입력 2014-04-30 02:22
지난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였다. 어느 날 아침에 식사를 하려고 호텔 식당으로 갔다. 작은 호텔이라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현관에서는 계단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단이라고 해봐야 한 칸을 밟고 올라서서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었고, 계단의 폭도 출입문 정도의 너비였다. 계단에 타일을 붙이는 공사였는데 먼저 20㎝쯤 되는 타일을 앞쪽으로 붙여놓았고, 안쪽으로 약 10㎝는 타일을 붙이지 않았다. 먼저 붙여놓은 타일을 밟지 않도록 나무계단을 만들어 안쪽으로 타일을 붙이지 않은 곳에 지지대를 놓아 먼저 붙인 타일이 보호가 되도록 했다.
다음날 아침 식당에 갔더니 안쪽에 타일을 붙여놓고 하루 전에 붙인 타일에 나무계단 지지대를 설치해놓았다. 늦게 붙인 타일을 밟지 않도록 안전하게 나무계단을 설치해놓은 것을 보았다. 그날 아침 나는 솔직히 충격과 함께 많은 감동을 받았다. 한두 시간의 일거리밖에 안 되는 것을 이틀씩이나 작업을 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에 감탄했다. 독일 사람들의 기술이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이며,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국가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런 일처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이틀에 걸쳐서 이 작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두 시간에 끝날 일이기에 타일을 붙여도 한 번에 다 붙이고 말 일이지 번거롭게 이틀에 걸쳐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독일 사람들의 장인정신에 존경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장인정신은 뛰어난 손재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을 재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책임 맡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장인이다. 독일 사람들처럼 원칙에 충실한 일처리를 하는 것이 장인정신이다. 달란트의 비유에서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았던 종들이 칭찬받은 이유는 ‘적은 일에 충성’하였기 때문이다. 주인은 적은 일에 충성한 종들에게 많은 것을 맡겼고, 주인과 같은 반열의 즐거움에 참여하라고 했다(마25:21∼23).
대한민국의 국보 1호 숭례문 재건 공사에 부름을 받았던 도편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불법과 부정의 도편수가 되어 숭례문 재건에 많은 오점을 남겼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숭례문은 오랫동안 불법과 부정이라는 오점을 안고 사람들을 맞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불법과 부정은 자신의 인격과 명성, 재능과 업적을 모두 앗아가는 블랙홀(black hole)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은 불법과 부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불법과 부정의 결과물인 세월호 참사 앞에서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촉구해 본다.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