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순교자 아버지와 남겨진 아들… 주기철 목사 가족의 고통과 은혜
입력 2014-04-30 02:19
서쪽 하늘 붉은 노을/유승준 지음/홍성사
주기철 목사는 한국교회 순교자의 대명사다. 주 목사의 업적과 설교, 순교 과정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남겨진 가족 이야기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주 목사 막내아들로 태어난 주광조 장로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한때 교회를 등졌으나 다시 하나님께 돌아온 후 아버지의 순교 신앙을 증언하다 2011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책은 주 장로의 시선으로 쓰였다. 올해 주 목사 순교 70주년을 기념, 전문 작가의 심층 취재와 유족의 협조로 완성된 책이다. 저자는 부자가 걸어간 길을 좇아 전국을 누비며 자료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났다. 도서와 주 장로가 남긴 기록, 주 장로 아내 구귀학 권사와 주변 인물의 평가 등이 책 곳곳에 있다. 구 권사가 소장했던 부자 사진도 볼 수 있다.
1장에선 주 목사의 삶과 죽음을 집중 조명했고 2부에선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주 장로가 겪은 한국전쟁, 신앙의 위기, 아내와의 만남 등을 담았다. 3부는 하나님께 다시 돌아온 이후 아버지의 순교 신앙을 한국교회에 증언하는 내용이다. “멀리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 채 웃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광조는 얼떨결에 차렷 자세로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내가 3년 가까이 아버지께 큰절을 하지 못했으니 오늘 큰절을 올려야겠다.’ 90도로 절을 한 뒤 고개를 들어보니 철문이 닫혀 있었다. 그가 머리를 숙이는 순간 안쪽에서 ‘뭐야, 문 닫아!’라고 외치는 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문이 닫힌 것이다. 아버지의 얼굴을 본 게 약 3초였다. 이것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남이었다.”(132쪽) 순교자 가족이 겪은 고통과 하나님의 은혜를 읽을 수 있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