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은 왜 선내 구조에 나서지 않았나

입력 2014-04-30 02:21

세월호가 심하게 기울어 진입 못했다는 건 비겁한 변명

해양경찰이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첫 구조 동영상을 보면 또 다시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진다. 뜨거운 심장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주체하기 어렵다. 안산 단원고 학생의 최초 신고가 있은 지 40분 후 현장에 도착한 건 달랑 110t급 해경 경비정 1척과 헬기 2대뿐이었다. 수백명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재난치고는 너무나 단출한 출동이다. 해경이 왜 사고 발생 13일이 지나서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동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알겠다. 초기 대응이 완벽했다면 진작 공개했을 게 분명하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탑승객 구조에 나선 목포해경 123정 경찰관의 헌신은 그것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더라면, 더 침착하게 대처했더라면 생때같은 내 자식들이, 사랑하는 내 부모형제들이 그리 허망하게 캄캄한 바다 밑에 수장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들이 해경 전문 구조요원이 아니고, 123정이 해난구조용 선박이 아니라 하더라도 죽음의 공포에 떠는 여객선 안 승객을 외면한 채 밖으로 탈출한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왜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는가. 묻고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영상에 따르면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충분히 선내로 진입할 시간적 여유와 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이라도 선내로 들어가 “대기하라”는 말만 믿고 죽음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구조를 기다리던 그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에게 “갑판으로 대피하라”고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허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이 그런 일 하라고 국민들은 세금을 낸다.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17분이다. 세월호가 물 속으로 가라앉기 20분 전으로, 이때까지 승객 상당수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 123정은 오전 9시30분 현장에 도착했다. 선내 승객들을 구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50분 가까운 금쪽같은 시간을 온통 소형 구명단정으로 생존자를 경비정으로 옮기는 데 허비했다. 현장에는 이미 어업지도선과 민간 어선 2척 등이 구조활동 중이었다. 구조자 이송은 이들에게 맡기고 경찰은 민간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했어야 마땅했다.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기자회견에서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세월호 경사가 이미 심해 못했다”고 말했다. 또 경고방송을 하는 등 승조원 모두 자기 직무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는가. 선내로 진입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닌가. 해경의 해명은 온통 의문부호투성이다.

해경은 유리창을 깨고 몇 명을 구했다는 식의 영웅담으로 미숙한 초기 대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생각일랑 버려라.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경찰과 군은 그 마지막 보루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