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대처 원한다
입력 2014-04-30 02:11
박근혜 대통령이 대형 사고 발생 시 부처 간 업무를 총괄 조정·지휘하는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키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정부가 인명 구조에 어처구니없는 난맥상을 드러낸 것을 감안하면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설치는 하루가 시급하다.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재난대응 지휘체계는 한마디로 빵점이다. 안전행정부가 주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부처 간 협업과 소통 부재로 혼란을 부추기는 무능을 드러냈다. 구조를 맡은 해경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없는 대책본부는 있으나마나였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만들어 국무총리가 직접 지휘했으나 그마저 우왕좌왕하긴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이런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기관 설립 자체보다 어떤 시스템을 갖춰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국회와 협의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겠지만 국가안전처장은 장관급, 혹은 차관급이 될 것이다. 총리가 직접 관장토록 한다지만 말이 그렇지 재난 발생 시 실제 지휘는 어차피 국가안전처장이 맡아야 한다. 처장이 다른 장관급, 혹은 차관급 기관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수도 있다. 1년여 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갖가지 안전 대책을 강구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 신설 계획을 밝히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온 국민을 크나큰 충격과 슬픔에 잠기도록 했기에 당연히 해야 하는 사과를 사고 발생 14일째에, 그것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할 때는 책임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게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첫 사과를 성명이나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회의석상에 앉아서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청와대 주변에선 사고가 수습된 뒤 별도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때 제대로 하더라도 첫 사과를 국민과 좀 더 공감하는 분위기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후 자신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무능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가슴으로 끌어안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대통령을 비판한 어느 영화감독의 글을 수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보기 바란다. 대통령이 민심을 잃으면 국정수행이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