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침통한 동족 위로는 못할망정
입력 2014-04-30 02:01
북한이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2곳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한 뒤 실제 해안포를 쏘아댔다. 지난달 31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 서해 NLL 인근 해상 7곳에서 사격훈련을 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번 사격은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주문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 추가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7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28일에는 국방위원회가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해상 사격훈련 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다.
나아가 4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소지가 없지 않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 전에 해상 사격훈련과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점차 높여간 적이 있고, 차량과 인력들이 여전히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분주히 오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외교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가 핵실험을 운운한 점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핵실험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고 국제적 도발행위라는 점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한·미 정상이 강조했듯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쏴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 정권은 이번 도발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침통해 하고 있는 마당에 포를 쏘아대는 망동을 부린 탓이다. 걸핏하면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같은 민족의 슬픔을 이처럼 철저하게 외면하다니 참으로 무도한 집단이다. 더 이상의 경솔한 행위는 없어야 한다. 핵무력 증강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