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부

입력 2014-04-30 02:42


마음 둘 곳 없었던 지난 2주간이었다. 자꾸만 생각나고 울컥거렸다. 집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자주 눈물을 훔쳤다. 우울하고 창피하고 미안하고 화가 났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가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34조6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서 책임(7조1항)을 지며 대통령은 그 수반(66조4항)이라고 규정한다. 부실한 배, 허술한 감독, 우왕좌왕하는 대처, 책임 없는 자세 등 세월호 사고가 보여준 모습은 철저히 무책임하고 무능했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비난을 퍼부어도 좋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비난으로 끝내기에는 이번 사고의 상처가 너무 크다.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한다고 허탈감과 분노가 없어지지도 않는다.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일 때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것만이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첫째는 책임지는 정부여야 한다. 선장, 선원, 선주, 관리·감독기관, 재난수습 당국 등 사건의 단계별로 명확히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고쳐가야 한다. 수년이 걸려도 좋다. 문제가 되었던 것을 하나씩 집요하게 규명하고 정비해야 한다. 단지 총리와 몇몇 장관의 사임만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분위기 쇄신이라는 단어조차 경망스럽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유능한 정부여야 한다.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던 것은 정부 내 컨트롤타워 부재, 전문성 부족, 무사안일주의 만연이었다. 그것이 눈앞에서 배가 잠겨가는 것을 그냥 바라보게 했던 요인이었다. 선장과 선원의 도덕성과 무책임을 탓하기 전에 대응 과정에서의 정부의 무능을 통탄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청와대 역할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위기 시에 작동되는 강력한 조율 기능의 회복, 정부기관 내 무사안일주의의 철저한 점검, 관료와 산하 기관의 유착구조 해체 등 청와대와 정치권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유능한 공무원 조직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장차관의 상당수를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고위 공무원, 하급 직원 모두 시선이 바로 윗사람에게만 가 있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공무원 인사 제도를 개혁하고, 장차관 및 1급 이하 공무원의 외부 충용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난 가장 유능한 집단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시키고 정부조직과 인사와 관련된 사항을 안전행정부에서 떼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는 소통하는 정부여야 한다. 진심어린 사과가 전제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아픈 현장으로 달려가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정부로 변화되어야 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인권위원회,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등 소통을 담당하는 조직과 직제는 많다. 그런데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재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도 않다. 개개인의 억울한 사연들이 전달되며 그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게 납득될 때 상처받은 마음들도 누그러질 수 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든 반대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대통령이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1조2항),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10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행복을 보장할 성공한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다. 과반수의 국민이 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 모습 속에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과 육영수 여사의 따스함을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리더십으로 책임 있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며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국민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그나마 어둡고 무서운 바닷속에서 떨었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우리 어른들의 미안함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