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할퀸 마음 닥터 에세이로 추스른다

입력 2014-04-30 02:17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전 국민의 마음도 가라앉았다.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좀 버겁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니지만 서로의 몸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골라 본 책이다. 닥터 에세이. 가볍게 읽은 후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좋겠다.

‘습관을 바꾸면 120까지 살 수 있다’(가나북스)는 한의사 김양규(59·부산 해운대연합교회) 장로가 생활습관 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쓴 책이다. 부산 김양규한의원 원장인 저자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성서한방보감’을 연재 중이다. 책의 주제는 ‘성경을 알면 장수가 보인다’이다.

저자는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 부족, 흡연, 과음 등 평소 좋지 않은 습관으로 많은 사람이 생활습관 병에 시달린다고 진단한다. 암 심장병 뇌혈관장애 고혈압증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치매 등이 이에 속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우울증 궤양성대장염 등도 새롭게 증가한 생활습관 병이다. “생활습관만 바꾸면 70∼80%는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요법, 한방 치료를 처방한다. 특히 영육 간의 치료와 예방을 강조한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가라앉아서 운동을 하러 나갈 수가 없다.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자꾸 운동하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좀 더 기다려줘야 한다. 조용히 기도하면서 사랑으로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의 보호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때까지 기다리며 내려놓는 훈련을 해야 한다.”(326쪽)

저자는 우울증 환자를 위한 영적인 처방으로 ‘시편 23편’을 내놓는다. 하루에 세 번 매일 말씀을 암송하라는 것. “하나님의 말씀은 영이고 생명이기 때문에 말씀을 듣기만 해도 생명이 살아난다”는 게 저자의 처방전이다.

‘눈빛이 달라졌어요’(VIVI2)는 노안수술 명의로 꼽히는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박영순(60·소망교회) 집사가 썼다. 기도하는 의사, 노래하는 의사, 권투하는 의사로 불린다. 전 복싱세계챔피언 홍수환 선수의 눈을 수술해준 인연으로 권투를 시작했다. 지난달엔 동양타이틀 전초전에서 링에 올라 애국가를 불렀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임을 알 수 있다. 2005년부터 성악을 배운 그는 네 차례 독창회를 가졌고 아마추어 성악 동호회 ‘데뮤즈’ 회원으로 해마다 ‘소아암 환자 돕기 자선콘서트’에 동참하고 있다. 열린의사회 단장으로 몽골 미얀마 등에서 의료봉사를, 100여명의 국가대표 선수에게 무료 라식수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명성에 비해 작고 소박한 진료실에서 최근 저자를 만났다. 사실 이 책은 딱히 신앙서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왜 의사가 됐는지, 나눔을 왜 실천하는지 등의 내용에서 자연스레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는 저자의 마음을 읽게 된다.

‘기도하는 의사’란 별명이 붙여진 이유도 알 수 있다. “나는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한다. 수술 전 기도는 환자를 위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나약함을 고백하는 것이다. 의사도 사람이고 수술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이다. 더구나 아픈 가운데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환자들의 마음은 더욱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환자 그리고 수술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것이다.”(179쪽)

저자는 30여년 전 결혼하면서부터 교회에 나갔다. 일가친척에게 헌신적인 아내 덕분에 믿지 않던 집안이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특히 어머니는 새벽기도에 가장 열심이었다. 책에는 이런 저자의 신앙적 배경이 들어있진 않다. 하지만 그가 책을 쓴 목적은 분명하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의 길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저를 보시고 많은 분이 힘내셨으면 합니다. 죄와 사망의 갈등은 하나님의 은혜로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마음의 평강, 기쁨도 얻게 됩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