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출신 융 감독,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 기자간담회 “내 자신의 삶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
입력 2014-04-30 02:04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최근 2년간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작품은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안시·자그레브·아니마문디)를 포함해 80개에 달하는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들 영화제에서 총 23개상을 휩쓸었다.
특히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건 감독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인물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입양아 출신으로 현재는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융(한국명 전정식) 감독이다.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피부색깔=꿀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융 감독은 “‘피부색깔=꿀색’은 내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라며 “입양 문제를 통해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설명처럼 ‘피부색깔=꿀색’은 융 감독의 자전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다섯 살에 입양돼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 한 아이의 가슴 아픈 성장기를 그린다. 융 감독은 따뜻한 그림과 작품 곳곳에 삽입시킨 실사 장면을 통해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런 궁금증이 있었어요. ‘과거 한국은 왜 그렇게 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냈을까?’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죠. 대신 작품 속 주인공, 즉 제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 영화가 누군가를 심판하는 도구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건 분명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해외로 아기들을 입양 보내지 말아야 해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융 감독의 나이는 정확하지 않다. 1965년생으로 추정될 뿐이다. 어린시절 벨기에로 입양된 그는 말썽만 일으키는 반항아로 유년기를 보냈다. 융 감독은 “어린시절 나는 나를 버린 한국에 화가 나 있었다. 한국 대신 일본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정말 싫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저의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걸 인정하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현재 그는 프랑스어권에서 제법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특히 판타지 만화 분야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융 감독은 “과거의 나처럼, (입양아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많은 분들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국인 한국에서 내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매우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피부색깔=꿀색’은 오는 8일 개봉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