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김한식 혐의입증 증거 확보한 檢, 유병언 직접 겨눈다

입력 2014-04-29 03:24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이 29일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은 김 대표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대표를 통해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도 크다.

◇검, 김 대표 혐의 입증 증거 상당수 확보=김 전 대표는 선박 안전관리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할 회삿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일가 지원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인천 옹진군 굴업도 땅을 4억2000만원에 사들인 뒤 구원파 관련 단체인 한국녹색회에 무상 증여했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진 상태에서 유 전 회장 측근과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국제영상과 ㈜온지구 지분을 매입하며 계열사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 계열사로부터 유 전 회장 사진작품 선급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유 전 회장 일가와 공모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청해진해운 전·현직 관계자와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 조사를 통해 이를 입증할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한 해외 무역 거래=유 전 회장 일가가 수년간 가족과 측근 회사를 내세워 해외 현지법인을 상대로 계열사 제품 수출에 나섰던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과 금융 당국은 이 과정에 불법이 개입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1000억원대 해외 무역·용역 거래 전반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섰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미국 현지법인인 ‘큐브 오가닉스’는 최근 수년간 ㈜흰달을 통해 계열사 제품을 수입해 왔다. 흰달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이사로 있는 화장품, 주방용품 등 판매업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송장내역에는 흰달이 2008∼2012년 계열사 제품 수천 상자를 미국 시애틀, 워싱턴, 뉴욕 등으로 보낸 것으로 기재돼 있다. 흰달은 같은 기간 ‘내클리어 인터내셔널’로 탄산수 제조업체인 아너텍 제품 수천상자 분량을 수출했다. 아너텍은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신모 전 천해지 대표가 사장을 맡았고, 내클리어 인터내셔널 역시 일가 측근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의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법인이다.

큐브 오가닉스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핵심 계열사인 ‘다판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모그룹 제품을 판매하는 다판다가 큐브 오가닉스나 내클리어 인터내셔널과 직접 수출 거래를 하지 않고 사실상 가족회사인 흰달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흰달은 세모그룹 계열사와 지분관계가 없는 단독 회사다. 본사도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 세모 사장이 소유한 서울 도곡동 주거형 오피스텔에 위치해 있다. 금융 당국은 흰달이 실제 거래 없이 가장거래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다판다의 경리 직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물품·용역 거래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유 전 회장 일가가 ‘아해 프레스 프랑스’ 법인 설립을 위해 206만 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등 모두 7건의 법인 설립과 부동산 투자에 1600만 달러(160억원 상당)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반출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