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단원고 2학년 338명중 13명만… 고개 떨군 눈물의 등굣길
입력 2014-04-29 02:04
세월호 침몰 사고로 파행 운영되어 온 경기도 안산 단원고 1학년 전원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2학년 13명의 수업이 28일 재개됐다. 3학년 학생들이 지난 24일부터 등교한 것을 시작으로 학교는 외관상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침통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등교 시간이 되자 단원고 정문으로 형형색색 우산을 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는 경찰관 8명과 안전지킴이 로보캅 순찰대원 3명이 이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안내했다.
학생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눈인사를 하고 간간이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부분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학교 앞길 양쪽으로 나붙은 희생 학생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10여개와 실종 학생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 등에 눈길을 주면서 빠르게 학교 안으로 사라졌다.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러 온 학부모들은 곳곳에 걸린 리본과 편지에 적힌 글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보러 온 희생 학생들의 운구차 행렬도 간간이 이어졌다. 운구차가 지나가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정을 위해 학교 안 출입과 학생들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등교한 학생들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준비된 교육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수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1∼3교시에는 학급 담임과 전문의, 위(Wee)센터 전문 상담교사가 함께하는 ‘트라우마 떠나보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어 4교시에 학생 주도로 학급회의를 개최한 후 낮 12시20분쯤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둘째 날에는 1∼4교시에 교과수업을 받고 5∼6교시에는 학급별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3학년 학생들은 1∼4교시 임시 시간표에 따른 교과수업을 하고 5∼6교시에는 그림으로 자기표현하기 등 예술적 기법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예술 이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정신건강 회복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교육과정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5월 1일까지는 임시 시간표에 의해 교과수업을 진행하고 7일부터 기존 교육과정을 회복할 예정이다. 구조돼 고대안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2학년 75명은 퇴원일자가 결정되는 대로 복귀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백성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전 학년 등교는 시작했지만 아직 수업할 여건은 아니다”며 “정신건강이나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빨리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안산=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