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이 올린 대통령 비판 글에… 청와대 홈피 한때 접속 폭주로 마비
입력 2014-04-29 03:26
청와대 홈페이지가 28일 한때 마비됐다. 한 누리꾼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관심이 폭주하면서다.
누리꾼 정모씨는 27일 오전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가 무능한 모습을 보인 이유가 박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대통령은 (사고 직후)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며 “각 부처가 모인 상황에서 우왕좌왕했다면 그건 리더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선을 다해 구조하라, 잘못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대통령은 (실무진이 수색·구조와 관련한) 비용을 걱정하지 않도록 제반 책임을 져주는 일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씨가 올린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누리꾼이 들어왔고,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는 ‘청와대’가 1위를 차지했다. 정씨가 올린 글은 50만건이 넘는 접속 건수를 기록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씨 글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정씨는 “제가 쓴 게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퍼온 것인데,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 파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운영자 분은 글을 좀 삭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은 ‘김진숙 크레인 농성’을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박성미씨로 밝혀졌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실은 “본인이 작성한 글은 본인이 삭제할 수 있고, 삭제를 원하면 실명 인증을 거친 후 직접 삭제하면 된다”고 답변했고, 정씨에게도 전자우편을 통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정씨는 자신이 올린 글을 스스로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씨가 이후 자신의 글을 SNS에 올리자 누리꾼들이 다시 박씨의 글을 퍼 나르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