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교회청년 성의식, 교회의 대책은?… 한국교회탐구센터 ‘교회의 성, 잠금해제’ 주제 포럼
입력 2014-04-29 03:21
경기도 광명의 A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유모(41) 목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청년부 임원들에게 주일 예배 후 혼전순결식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뜻밖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 유 목사는 “‘이미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많고, 혹여 반감이 생겨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면서 “크리스천들 사이에 성 문제를 터부시했던 과거와 달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의 B교회에 다니는 한모(29)씨는 “부모님이 여자친구와 깊은 관계임을 알고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취급해 (부모님과) 크게 다퉜다”며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임에도 꼭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미혼 기독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전순결에 대해서는 61.3%가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고 답했으며 38.7%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4.7%가 ‘교회에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 교회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은 17.7%에 불과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창천감리교회에서 ‘교회의 성, 잠금해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변화하는 크리스천들의 성(性) 의식을 공론화하고, 올바른 성문화 정착방법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강사들은 책임 있는 성 의식을 가져야 하며 교회 차원의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신대 이상원 교수는 “진정한 인격적 연합과 사랑은 현실적으로 결혼밖에 없고, 성관계는 결혼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시대가 어떻게 변해도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할 질서”라고 말했다.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도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낙태건수는 34만건으로 이 중 30만건 이상이 불법 낙태이며 매년 미혼모 1만여명이 출산을 한다”며 “교회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무분별한 성관계에는 엄청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기독청년들의 성 의식이 매우 개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단순한 이성교제 수준이 아닌 성 자체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 불황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 때문에 결혼 제도 밖에서 성관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혼전 성관계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현실적 접근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