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추모곡
입력 2014-04-29 00:17 수정 2014-04-29 02:08
#2009년 8월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추모문화제 때 ‘당신은 우리입니다’라는 노래가 첫 선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 공식 추모곡이다.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어둠의 나날,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김 전 대통령이 걸어온 인고(忍苦)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노랫말은 시인 고은씨가, 작곡은 노래 ‘개똥벌레’로 친숙한 신형원씨가 각각 맡았다.
김 전 대통령보다 3개월여 앞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는 가수 락별이 부른 ‘We Believe’가 꼽힌다. ‘오월 어느 토요일 잠결의 뉴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멀리서겠지만 가끔 그렇게 우릴 지켜봐 줘요… 정말 고마웠어요’라는 것으로 끝난다. 동영상으로도 제작됐다.
추모곡은 애잔하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생존해 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슬픔을 달래 주는 역할도 있다. 그래서 유명한 이가 숨지면 추모곡을 헌정(獻呈)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완전히 수습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 비통한 탓에 추모곡들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지난 23일 텅 빈 안산 단원고 교정에는 ‘내게 돌아와 줘요. 나는 여전히 믿고 있어요’라는 노랫말을 가진 미국 가수 존 레전드의 노래 ‘셈데이(Someday)’가 잔잔하게 울린 적이 있다. 세월호를 타고 가다 화를 당한 2학년 교실이 있는 3층 복도에서 한 단원고 졸업생이 음악을 튼 것이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는 자신의 대표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에게 헌정했다. 이 노래는 고인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또 김범수의 노래 ‘보고 싶다’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난 못가… 죽을 만큼 보고 싶다’라는 노랫말은 마치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처럼 들린다.
‘당신은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일까요. 내가 당신을 천국에서 만난다면 말예요… 난 천국에는 더 이상의 눈물은 없다는 것을 알아요.’ 추모곡은 아니지만, 영국 출신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4살짜리 아들을 갑자기 잃고 난 뒤에 만든 노래 ‘Tears In Heaven(천국의 눈물)’도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kim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