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위로하는 장발장… 연극 ‘레미제라블’ 대학로 예술극장서 공연

입력 2014-04-29 02:31


2011년부터 3년간 60회 공연, 초연 당시 예매율 1위, 누적관객 6만명. 명품연극 ‘레미제라블’이 거둔 성과들이다. 2012년 영화와 뮤지컬로 관객몰이를 하기 전에 연극이 먼저 히트를 쳤다.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레미제라블’이 사랑과 화합의 무대를 다시 올린다. ‘2014 서울연극제’ 공동기획작으로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30일부터 5월 7일까지 공연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레미제라블’에는 일곱 살 아역부터 70대 원로까지 50여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상연시간도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3시간이다. 영화와 뮤지컬 못지않게 연극무대가 인기를 끈 것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가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기 쉽고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다. 흥행의 주역으로 정상철(66) 예술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정 감독을 지난 주말 공연장에서 만났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람들의 가슴이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버렸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감옥살이를 하고 평생 쫓기는 신세이면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장발장을 통해 관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젊은 세대에 밀려 설 자리가 부족한 50대 이상 중견배우들이 결성한 극단 ‘50대연기자그룹’에 의해 2011년 처음 올려졌다. 이승호 강희영 고인배 오현경 문영수 박웅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3년 만에 극단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출신인 정 감독은 초연 때부터 지난해까지 장발장을 연기했으나 올해 극단 회장이 되면서 예술감독을 맡았다.

1982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을 지내고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역임한 정 감독은 ‘혈맥’ ‘시집가는 날’ ‘아Q정전’ ‘벚꽃동산’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동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중년의 중후함과 깊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뮤지컬은 춤과 노래가 적당히 섞여 있어 젊은 관객들이 선호하지만 집중해서 보는 재미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완성도 높은 연극무대를 통해 드라마틱한 주인공의 삶을 가슴 뭉클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시대적 배경과 그 와중에 펼쳐지는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볼만하다”고 강조했다.

레일을 활용한 무대세트 이동장면과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미장센도 볼거리다.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들 가진 것은 동전 한 닢뿐”이라고 부르는 테마곡과 바리케이드 안에 갇힌 파리시민들이 “그대 기억하는가. 그 행복했던 시절을,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사랑하기를, 오직 그것만을 바라고 바라던 시절을”이라고 노래하며 동지애를 나누는 장면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정 감독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죄인의 신분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참된 인간으로 거듭난 장발장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라며 “특히 청소년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연극을 관람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인 이상 가족은 30% 할인 혜택을 준다. 관람료 3만∼7만원(02-929-867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