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진작 그러지… 승객들 들고 타는 짐 무게까지 계산
입력 2014-04-29 02:38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객선 선사들이 뒤늦게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적을 우려해 승객들이 들고 타는 수하물 중량까지 계산하고, 기상이 나쁘면 여객선 운항을 아예 취소해 버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인천항과 인천 덕적도를 오가는 여객선 ‘하모니플라워’를 운영 중인 JH페리는 지난 25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개찰 담당자 앞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JH페리는 공문에서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차량 및 여객 무게를 계산해 운항하고 있지만 승객이 무거운 수하물을 가지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무게 예측이 어렵다”며 “터미널 측이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들고 타는 것을 제재하고 우리 화물팀 직원에게 인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선사들은 여객터미널에 직접 직원들을 파견해 검표 단계에서 수하물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는 탑승객들은 주로 섬 지역을 오가며 쌀이나 생필품 등을 실어 나르는 이들이 많다. 터미널 측은 일단 눈에 띄게 크고 무거운 수하물에 대해서만 제재하되 추후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객터미널 관계자는 28일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6개 여객선사에서 ‘수하물 검사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과적 운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무게 부담이 크지 않은 개인 수하물까지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측은 이르면 29일 회의를 열어 수하물 중량 규정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과적 운항에 대한 단속 강도가 높아지면서 운항 지연도 잇따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23일에는 JH페리의 ‘하모니플라워’가, 지난 26일에는 인천항과 인천 백령도를 오가는 고려고속페리의 ‘코리아나’가 과적 단속에 걸려 1시간가량 출항이 지연됐다.
항운노조 소속 화물집하장 관계자는 “과적 사실이 확인되면 화물로 실은 차량을 다시 배 밖으로 내린 뒤 무게를 재야 하므로 출항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과적 단속이 부담스럽다 보니 선사들이 자체적으로 화물 운송량을 줄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상황에 따른 출항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다. 인천항에서 연평도로 가는 ‘씨호프’를 운영중인 우리고속페리는 지난 27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수 있다는 예보에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여객선 운항을 취소했다. 실제 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았음에도 출항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세월호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7일부터 26일 사이 안개 때문에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날도 사흘이나 된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선사들이 안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유나 황인호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