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 영감을 준 달항아리의 멋…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

입력 2014-04-29 02:35


둥그스름한 보름달을 닮은 백자의 매력은 완만한 곡선과 순박한 모양에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작가가 백자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1950∼60년대 달항아리를 집중적으로 그린 김환기, 자신의 호를 도자기의 샘이라는 의미로 ‘도천(陶泉)’이라고 지은 도상봉은 ‘달항아리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서울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는 한국미술에서 숨 쉬고 있는 백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 속 백자를 살펴보는 ‘스미다’, 백자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번지다’, 그 명맥을 이어가는 도예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이어지다’로 구성됐다.

작가 27명의 작품 56점 가운데 김환기의 1940년대 작품 ‘섬 스케치’(사진)가 눈길을 끈다. 작가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 처음 공개된다. 지난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것을 서울미술관이 구입했다. 라일락과 개나리 등을 항아리에 꽂은 도상봉의 그림은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서보 이동엽 정상화 등 1970년대 단색 화가들의 작품은 백자의 미학을 추상적으로 담아냈다. 4개국 16개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를 촬영한 구본창의 사진도 전시된다. 고영훈 이승희 노세환 황혜선 등 도자기를 주제로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이 독특하다. 한익환 박부원 김정옥 박영숙 등 도예 장인들의 달항아리가 멋스런 미감을 선사한다. 관람료 5000∼9000원(02-395-01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