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골골… “한국 경제 회복세? 아직은 아니다”

입력 2014-04-29 03:34


‘한국 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의 경기 진단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업 수익성도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금융위기설이 불거졌던 신흥국과 우리나라의 차별성이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연구위원은 28일 “현재로서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민간부문에서 회복세가 확대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완연한 회복세는 아닐 것”이라며 “현재는 회복기보다 저점을 확인하는 기간”이라고 전했다. 또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따른 소비 회복세 둔화,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중국의 불확실한 회복세 등으로 인해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기 대비 민간소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0%에서 지난해 4분기 0.6%, 올해 1분기엔 0.3%로 점차 약화됐다. 또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1541곳과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비상장기업 169곳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6%로 2012년보다 0.2% 포인트 줄었다. 1000원어치를 팔아 46원을 벌었다는 뜻으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3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뺀 나머지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4%에 불과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세미나 축사를 통해 “지난해 5월 이후 한국 경제가 실물 및 금융부문 복원력에서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왔으나 앞으로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쉽게 자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 불균형 발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서비스업 등 내수부문으로 자원분배를 확대하고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종료하고 내년에는 금리인상, 보유자산(채권) 매각 등을 통해 금융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이자율 상승에 따른 투자 위축,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기 가능성, 정부 및 공공분야 부채부담 증가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수출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 아시아 수출 강국의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2% 줄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1년 ‘기술주 버블 붕괴’ 때도 아시아 주요국 수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년여 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던 당시와 달리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이 2010년 한 차례 급증한 이후 다시 침체에 빠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신문은 아시아 수출이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핵심 시장인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에너지 개발 등 설비투자에 의존하면서 수입 수요가 예전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또 아시아 수출국들의 임금 상승으로 제조비용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마커스 로드라우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모델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박은애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