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문화 진단] 비싸면 명품? 품질이 못받쳐주는 ‘명품 마케팅’

입력 2014-04-29 02:29


일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명품이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특별한 것’,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소유하고 싶은 물건’, ‘유일무이한 스토리나 감성이 담긴 제품’ 등을 가리킨다. 이러한 통념에 따르면 대체로 명품은 물건이 갖고 있는 무형의 부가가치에 의해 판명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다수의 아웃도어 업체들은 자사가 생산한 제품에 스스로 ‘명품’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홍보나 마케팅 수단에 이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곧잘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들먹이거나 혹은 제품에 사용된 재료가 고급이라는 점을 들며 제품 가격을 고가로 책정한 뒤 명품임을 자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를 비웃듯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은 국가공인 시험검사기관인 한국기술연구소(KOTITI) 시험연구원을 통해 아웃도어 15개 브랜드 등산복 제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 시행 결과를 발표했다. 시험결과, 아웃도어 업체 7개 브랜드가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 권장 품질 기준’을 일부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에 미달된 제품들은 대체로 내구성을 비롯해 올 걸림과 보온성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몇몇 소비자관련 단체는 등산용 스틱, 배낭 등 각종 아웃도어 용품에 대한 검사 결과, 대상 제품의 절반 이상이 내구성이나 강도, 용량 등에서 업체가 제공한 제품 정보와 실제 품질이 다르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수의 아웃도어 업체들이 표방하고 있는 ‘명품’ 이미지가 사실상 허구란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런 제품들을 비싸게 구입한 몇몇 소비자들은 “명품 아웃도어라면 제품의 내구성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품질 또한 최고여야 하는 게 기본인데 그 기준에 부합하지도 못하면서 명품이라는 꼬리표만 붙여 소비자를 현혹하고 고가 정책을 일관하는 업체는 반성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를 두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명품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탓”이라며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으려면 먼저 소비자 중심의 제품 제조와 경영에 힘써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은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어야 하고 A/S도 철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소비자가 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너도나도 명품 운운하는 것은 결국 수요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에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무조건 비싸야 잘 팔린다는 농담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이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비싸면 명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과시욕에 의한 소비풍토가 줄어들지 않는 한 소비자를 현혹하는 명품 마케팅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sj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