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책들 왜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입력 2014-04-29 02:25


최근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2년 전 베스트셀러들이 대거 진입했다. 발매 시기도 다르고 분야도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반값 할인’ 책이라는 점이다.

28일 교보문고 홈페이지 4월 네째주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오프라인 서점을 빼고 온라인 서점만 집계한 리스트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센추리원)가 올라 있다.

2012년 1월 출간된 ‘멈추면…’은 당시에도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던 책으로 이달 초 시작된 50%라는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힘입어 순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는 까칠하게…’ 두 권 역시 30%가 아니라 50% 할인책이다. 이 책들은 교보문고 뿐만 아니라 예스24, 알라딘 등의 다른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알라딘의 경우 2010년 출간된 ‘작가 수업’(공존)이 반값 이벤트에 힘입어 올라와있다.

출판계에서는 신간과 구간,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이를 의식한 출판사들의 재고 방출이 시작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요즘 할인 행사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할인폭이 커졌다”며 “특히 과거 베스트셀러는 독자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데다 가격 면에서 이슈가 되면서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통과가 유력시되면서 각 출판사마다 재고 처리를 어떻게 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출판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온라인서점의 ‘반값 할인’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개정안은 이제 본회의 관문만 남겨 놓은 상태다. 본회의 통과 뒤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기까지 3∼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는 동안 이런 시장의 혼란은 다소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대량 재고 방출 등으로) 일시적인 혼란이 일어나겠지만 결과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독자들은 책값의 거품이 빠지면서 원천적으로 싼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오프라인 서점들이 살아나고 출판물이 다양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양질의 책이 유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