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아웃도어로드 CEO에게 길을 묻다]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 “제가 재밌어 한 일…”
입력 2014-04-29 02:28
“처음에 황톳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이고 회사 사람들이고 다 미쳤다고 했습니다. 비 오면 쓸려 없어진다는 거죠. 그 사람들은 계산기 두들기며 머리로만 생각했던 거고 저는 양말에 구멍이 나도록 걸으면서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이 황톳길을 좋아해요.”
매년 6억여원의 관리비가 드는 14.5㎞의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9년째 한결같이 조성해 오고 있는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옛 선양) 회장. 그의 황톳길 사랑은 우연한 맨발 체험에서 비롯됐다. 2006년 동창모임으로 계족산을 걸었는데 한 동창이 하이힐로 힘들어하기에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그는 양말바람으로 걸었다. 흙길이지만 크고 작은 돌들로 발도 아프고 힘도 더 들었다. 하지만 그날 밤 아주 달게 잠을 잤고 알 수 없는 개운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조 회장은 맨발걷기에 ‘꽂혔다’.
“맨발걷기가 좋은데 사람들이 신발을 벗지 못하는 이유가 첫째는 다른 사람의 시선, 둘째는 발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입니다. 그래서 아예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흙을 깔고 맨발걷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흙도 그냥 흙이 아니다. 경북 김제에서 가져온 귀한 황토다. “맨발로 걷기엔 색깔과 촉감이 중요한데 써보니 이게 가장 적합했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 흙만 붓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쟁기로 갈고 물을 뿌려 맨발로 걷기 좋은 촉촉한 상태를 유지했다. 조 회장은 “하다보니 일이 커졌는데 나 자신이 너무 좋고 사람들도 좋아해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서너 번, 주말에는 거의 살다시피 하는데 오며가며 ‘덕분에 좋은 길 걷는다’란 치하를 수없이 받는다고 조 회장은 웃었다.
“황톳길은 누구나 숲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에코힐링의 공간입니다. 여기에 맨발 축제, 마사이마라톤, ‘뻔뻔한 클래식’ 산중음악회와 사진전시회 등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입혔습니다. 제가 재미있는 걸 했더니 색안경 끼고 보던 사람들도 이젠 공감하고 함께 즐거워 합니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은 표정부터 다르다. 주말마다 9명의 성악가가 여는 산중음악회도 조부모부터 어린 손주까지 3대가 자연스레 즐긴다. 조 회장은 “이게 앞으로 추구해야 할 산림복지”라고 강조했다.
사업과 일절 관계없이 진행했지만 자연스레 사업도 잘 됐다. ‘이왕 먹을 거 지역에 도움을 주는 회사 제품을 먹자’는 소비자들의 지지 덕분에 대전에서는 소주 O2린(오투린)의 점유율이 70%가 넘는다.
“황톳길을 가꾸면서 세 가지 키워드를 얻었습니다. ‘슬로, 디테일, 이모션’입니다. 요즘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많이 강조하지만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톳길도 하다 관둘지 알았다고 합디다. 하지만 제가 매일 걸으며 직접 돌도 골라내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까 고민했죠. 꾸준하게 해오면서 느리지만 입소문을 타게 됐고 찾는 이들이 늘면서 지역민들의 신뢰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1992년 처음 개척했던 ‘5425’ 휴대폰 컬러링 서비스나 지금의 주류사업, 황톳길, 산중음악회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이을 맥자에 키스를 합쳐서 더맥키스컴퍼니로 바꿨습니다. 재밌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글=김 난, 사진=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