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통함 가눌 길 없으나 경제 정상화도 모색해야

입력 2014-04-29 02:23

궂은 날씨도 온 국민의 비통해하는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꽃다운 아이들이 시커먼 바닷속으로 사라져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미안함과 자책이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조문행렬을 만들고 있다. 자식의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애태우는 실종자 가족들 생각에 따뜻한 밥 한끼 먹는 것도, 편안히 잠자는 것도 모두가 죄인인 심정이다.

세월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언제까지 눈물만 흘리고 침잠해 있을 수도 없어 걱정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9%,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3년 만에 최고인 3.9%를 기록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수출은 전분기보다 1.7% 늘어 그나마 선방했다. 문제는 전분기 0.6% 증가했던 민간소비가 1분기에는 0.3% 증가에 그치고 설비투자도 5.6% 증가에서 1.3% 감소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에는 소비 자제 분위기와 다양한 봄맞이 행사·축제 취소 등이 겹치면서 민간소비가 더 급랭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여행업계와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고, 외출이나 회식이 줄면서 식당과 노래방, 커피숍, 극장 등의 매출도 30∼50%씩 감소했다고 한다. 정부 재정을 쏟아 붓고 각종 경기부양책으로 어렵게 살려낸 경제 불씨가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허망한 일이다.

민간소비가 늘지 않고 있는 것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지만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금융연구원 조사를 보면 2007∼2012년 한국의 실질 노동생산성은 9.8% 늘어난 반면 실질 임금은 2.3% 줄어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를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임금 없는 성장’이 가장 심각했다. 기업들이 오너만 배불릴 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파이를 나눠줘 소비를 늘려야 할 때다. 그래야 기업 투자도 늘고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각 경제주체들이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 또한 세월호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