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영서 (12) 복음 실은 ‘죽이야기’ 중국을 넘어 세계로 비상
입력 2014-04-29 02:17
한국에서 ‘죽이야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해외에서도 우리 프랜차이즈를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자주 왔다. 나는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에 맨 처음 눈을 돌렸다. 그러나 중국은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의 무덤’으로 불렸다. 중국에 진출해 재미를 본 요식업이 거의 없었다. 가격경쟁력에서 모두 무너졌다.
어머니는 내게 항상 융통성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사고하라는 것이다. 나는 중국에서는 한국의 죽이야기 운영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최대한 중국인들의 문화에 맞도록 변형을 시도했다.
매장을 넓게 해 죽만 팔지 않고 비빔밥 덮밥 볶음밥 김밥 떡볶이 돈가스 등 40여종의 한국 음식을 함께 팔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죽이 40%를 차지하고 나머지 음식이 60%를 차지했다.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 매장은 현재 20여개나 된다. 한국과 달리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하는 죽이야기 매장은 내년까지 100여곳이 문을 열기 위해 지금 대기하고 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현지에서 한국보다 죽을 넣는 쇼핑백을 싸게 제작해 준다는 말을 믿고 100만개를 발주했다. 그런데 가격 단가를 줄이려 쇼핑백을 제작하면서 식품용이 아닌 공업용 본드를 사용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죽그릇이 들어가면 열을 받아 본드 냄새가 강하게 났다. 알고 보니 중간에 이 일을 소개한 조선족이 돈을 가로채 생긴 결과였다. 나는 100만개나 되는 쇼핑백을 모두 폐기했다.
중국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한국에서 1주일이면 충분한 공사를 2주, 3주를 넘기기 일쑤였다. 주방일과 홀일을 엄격히 구분해 서로 도와준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직원을 많이 고용해야 했다. 나는 중국에서 점포가 오픈될 때마다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다. 비행기가 완전히 이륙해 안정적인 비행을 할 때까지 온 정성을 쏟았다.
손해도 보고 좌충우돌하며 시작된 해외 매장이 이제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 미국 일본 싱가포르까지 진출해 있다. 앞으로 어느 나라까지 더 갈지 모르지만 죽이야기의 세계 정복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 죽에 복음을 담아 많은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도 바로 내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에서의 발전적인 성장과 함께 한국에서는 믿었던 직원이 횡령을 하고 배신을 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횡령이 처음 밝혀졌을 때 바로 고소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나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내가 고소하면 당신은 범법자가 되고 가족과 자녀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것이요. 당신도 전과가 생기면 재기도 힘들 것입니다. 정말 이제 새롭게 다시 열심히 일해 봅시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그가 다시 횡령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나는 정말 인간이 싫었다. 그리고 내가 대학 시절부터 함께 알아온 유능한 선배를 회사 중역으로 스카우트했는데 이 역시 비리가 밝혀졌을 때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았다. 돈을 떠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렸고 누가복음 16장 13절 말씀을 주셨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나는 회개했다. 그동안 내가 하나님보다 사업과 수익에 마음을 뺏기고 있었음을 스스로 발견했던 것이다. 하나님보다 돈을 더 사랑했음을 이 일을 통해 깨닫게 됐다. 나는 하나님보다 물질에 연연했던 것을 반성하며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간절히 간구했다. “하나님. 이제 남은 삶은 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살겠습니다. 도와주시고 인도해 주세요.”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