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뒷돈 승선·불법 고박·상습 과적…‘검은 거래’로 단속 피해
입력 2014-04-28 03:39
‘무임 승선, 과적, 불법 고박(선박 내 화물 고정), 선박 부실검사….’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사 등 해운업계의 관행적 비리와 복마전(伏魔殿)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직 해운업계 간부 이모(63)씨와 전직 여객선사 직원 박모(65)씨 등을 통해 27일 드러난 여객 관리와 화물 적재, 선박 검사 등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여객 관리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티케팅을 하지 않고 승선하는 인원이 비일비재하다는 주장이다. 화물칸에 타거나 화물칸 내 차량에 부인과 자녀 등 2∼3명을 더 태우는 예도 있다. 이런 경우 선사 몰래 선원들에게 ‘뒷돈’을 건넨다는 것이다. 선원들은 이를 ‘야매’(일본어 야미·뒷거래)라고 부른다. 기본 운임의 30% 정도를 내면 선원들이 이를 눈감아준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번 세월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고교생 등 승객 구조를 외면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이 구조 직후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말린 5만원권과 1만원권 수십장은 무임 승선한 승객들의 ‘뒷돈’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티켓을 끊지 않은 ‘무적(無籍)’ 승객이 사고를 당하면 신상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일이 사실일 경우 이번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 신원을 밝혀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이와 함께 화물 적재 문제도 심각하다.
부산항 등 국내에 운항 중인 대형 여객선들은 화물을 규정대로 쇠줄과 쇠봉 등으로 묶거나 고정시키지 않는다. 불법 고박을 한다는 것이다. 화물을 선박 출항 전 고박하고 입항 후 이를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입출항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선원들이 화물을 줄로 묶고 푸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화물을 배 이상 초과해 싣는다. 과적을 일삼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문제는 과적을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해운조합과 해경 등에서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대충 보고받고 끝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선사와 조합 등의 검은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씨는 “이 같은 일은 오래전부터 해운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직원들은 모두 안다”며 “곪아 터질 것이 이번에 터진 만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 과적은 한국해운조합이 단속해야 하고 적재화물의 안전관리와 승선인원 점검 등은 해경의 업무다.
해운업계 이씨는 “입출항 시간 조정과 화물의 안전관리 및 정확한 승선인원 점검 등 철저한 현장확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형 여객선과 소형 선박 등을 검사하는 한국선급(KR),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KST)의 형식적인 검사도 문제다. 1000t급 이상 대형 화물선과 특수선, 여객선 등을 검사하는 한국선급의 경우 이미 검사 과정에 비리가 적발돼 검·경 합동수사본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고 검사관들이 소환돼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검사 과정에 향응을 제공받거나 인맥, 정실 등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소위 ‘해피아’(해수부 마피아·해양대 마피아)에 의해 검사 결과가 좌우되고 ‘부실검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의 경우 국제선급연합회(IACS)에 가입돼 있지만 국내외 65개 지부에서 비리가 저질러질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1000t급 미만 소형 어선과 선박 검사를 맡고 있는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의 횡포는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심지어 ‘뒷거래’를 통해 현장에 가지 않고 검사를 끝낸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안을 운항하는 소형 선박들은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한폭탄’으로 선원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