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평형수·온실가스 관리가 선박안전 예산이라니… ”
입력 2014-04-28 02:08
정부가 올해 선박운송 안전과 관련된 예산을 편성하면서 안전과는 무관한 해양오염 관리사업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업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주요 추진과제에 포함돼 있다. 정부가 해상 안전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국정과제 추진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해수부의 선박운송 안전 확보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8억3800만원이다. 해양 사고를 방지하고 선원과 선박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지만 전체 예산의 약 22%(6억2900만원)에 해당하는 사업은 억지를 부린 흔적이 짙다. 지난해 예산 편성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에서 정부안 중 선박평형수 관리(5억원)와 선박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1억2900만원)은 선박운송 안전 확보라는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선박평형수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듯 선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에 편성한 선박평형수 관리 사업은 선박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선박평형수를 배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국내외를 오가는 선박들이 바닷물인 평형수를 넣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외래종 생물이 유입될 수 있어 이를 걸러 내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세부사업 내역을 보면 선박평형수 유해 수중생물 유입 통제 조사·연구, 생태계 교란 방지를 위한 포럼 개최, 제3세계 국가 대상 선박평형수 기술협력사업 등 안전과 무관하다.
선박온실가스 관리사업은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치 대비 30% 줄이는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과 맞물려 있다. 에너지 소비량 일제조사, 선종·엔진별 배출계수개발 등 배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줄이는 연구·개발(R&D)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두 사업을 그대로 예산에 반영했고,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애매한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사업별로는 안전 부분을 많이 고려한 것”이라며 “평형수도 선박 안전과 관련이 있다”고 해명했다.
안전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 안전 예산에 포함된 것은 창조경제와 관련이 있다. 정부는 평형수 처리산업에서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2019년 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4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환경과 기술을 융합한 창조경제 모범 사례로 선박평형수 산업을 높이 평가했다. 선박온실가스 관리도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중 창조경제 분야의 교통체계 및 해운·물류 선진화 과제에 들어있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설명 자료에서도 창조경제 관련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평형수와 온실가스 관리는 기본 개념이 선박과 관련된 만큼 사업을 별도로 나눠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