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강남 노른자 땅 최고급 빌딩 유병언 일가가 1개층 장악
입력 2014-04-28 02:57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빌딩 한 층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회장 아들과 딸, 회사 관계자 등이 해당 빌딩 입주상가 여러 곳의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이를 담보로 수십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빌딩 매입 과정에 투입된 자금의 출처 역시 살펴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H빌딩 관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27일 “건물 3층의 20여개 상가 가운데 7곳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 전 회장 일가가 매입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한 부동산중개업체는 “유 전 회장 자녀들이 차명으로 H빌딩 사무실을 하나둘씩 매입한 것은 인근 중개업자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2008년부터 (매입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상 23층, 지하 7층의 H빌딩은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 총액 전국 7위인 최고급 빌딩이다. 지상 3층까지 상가로 쓰이고 있다.
실제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유 전 회장의 아들인 대균(44)·혁기(42)씨와 맏딸 섬나(48)씨, 지인 등이 여러 상가의 소유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소유한 상가들은 예외 없이 은행에 대출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전용면적 약 158㎡인 310호는 대균씨와 혁기씨가 2010년 10월 28억원에 공동 매입했다. 당초 유 전 회장 비서 출신인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가 2009년 3월 한국제약 측에 30억원에 매도했다. 이를 1년 반 뒤 매입가보다 2억원 더 싸게 유 전 회장 가족에게 넘긴 것이다. 대균씨 형제는 2011년 2월 310호를 각각 채권최고액 9억6000만원에 근저당을 잡히고 대출을 받았다. 대균씨는 316호의 소유권자이기도 하다.
309호는 섬나씨가 대표로 있는 ㈜모래알디자인이 소유하고 있다. 2008년 6월 14억7000만원에 샀다. 섬나씨는 312호도 5억9000만원에 매입해 2011년 10월 담보(채권최고액 2억8680만원)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321, 322호에는 입주해 있는 카페 소쿠리베니스는 ㈜세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소쿠리상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등본상 소유권은 소쿠리상사 김모(58) 감사 등에게 있다.
H빌딩 307∼308호에는 대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 ‘몽테크리스토(Monte Cristo)’가 입점해 있다. 정모(44)씨와 김모(44·여)씨가 2008년 9월 공동 매입했는데, 정씨는 대균·혁기씨가 대주주인 농축산물 가공업체 에그앤씨드에 2500만원을 투자한 주주이다. 한 입주 상인은 “정씨가 상가 매입 및 관리를 도맡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임대료가 상당히 비싼 데도 1년에 한 번씩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거 같다”며 “(대균씨 등 소유 사무실에서) 가끔 종교 행사도 열리는 데 외국인도 참석한다”고 전했다.
한편 다른 상인은 “H건물 위층에서 ‘아해’ 사진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외국에서 1억원 이상 된다는 사진도 들여와서 굉장히 으리으리하게 전시했다”고 말했다. 실제 H빌딩 21층에는 유 전 회장 사진작품 유통을 담당하는 아해프레스코리아 사무실이 현재도 입주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호일 박요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