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 6개월째…태국 ‘오뚝이’ 경제도 흔들
입력 2014-04-28 03:09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계속된 악재 속에서도 건실한 성장률을 거듭해 ‘어메이징 타일랜드’ ‘오뚝이 태국’이라고까지 불렸던 태국도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표적인 경제기관인 태국상공회의소대학(UTCC)은 태국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정불안 때문에 지난 6개월간 입은 손실이 4300억 바트(약 1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태국중앙은행(BOT)은 올해 예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4% 이상에서 3%로 낮췄다가 최근 다시 2.7%로 하향 조정할 태세다. BOT는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해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은 그동안 수차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2004년 쓰나미, 2006년 군부 쿠데타 때도 5%를 웃도는 성장률을 달성했다. 방콕 대유혈 사태가 발생했던 2010년에는 성장률 7.8%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전년도에 반세기 만의 최악 홍수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6.5%였다.
이처럼 놀라운 경제 회복력을 보여줬던 태국도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의 저력을 보여주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25일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평균 3%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일본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JCR도 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정부 시위로 의회가 해산되면서 과도 정부가 대규모 지출과 투자를 중단해 경기가 침체됐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경기 위축이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져 내수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태국의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이 받은 타격이 크다.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1분기 650만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760만명에 크게 못 미쳤다. 태국관광청(TAT)은 정국 불안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이 상반기에만 827억 바트(약 2조6000억원)에 이르고, 사태가 더 악화되면 1160억 바트까지 늘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정국 불안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사법기관이 잉락 친나왓 총리의 불법 행위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위기감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잉락 총리가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경질한 것이 권력 남용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다. 위헌 판결이 나면 잉락 총리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별도로 국가반부패위원회(NACC)도 잉락 총리가 쌀 수매 정책을 수행할 당시 대규모 재정 손실과 부정부패 사실을 알면서 내버려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NACC가 혐의를 입증하고 상원에 탄핵을 권고하면 잉락 총리는 바로 업무를 정지당하고 탄핵될 수 있다.
잉락 총리가 해임될 경우 성난 친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는 2010년 봄 민주당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군경과 충돌해 사망자 90여명, 부상자 1700여명이 발생한 바 있다.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경우 군의 쿠데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쿠데타가 18차례나 발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