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정권 따라 부침 거듭… 사고 대처 중심 못 잡는 해수부

입력 2014-04-28 04:15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새로 출범한 해양수산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할 해수부가 해양 사고 예방은 물론이고 사고 이후 대처에서도 이렇다 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에 따라 조직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면서 그동안 행정력이 크게 훼손됐고 재출범 이후에도 겉으로 눈에 띄는 성과에만 치중해 가장 기본이 됐어야 할 안전 문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하 공공·유관기관에 대한 낙하산 관행도 까발려지면서 조직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중심 못 잡는 해수부와 오락가락한 정치권=해수부는 그간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다. 해수부는 1996년 해운항만청, 농림수산부, 건설교통부 등의 부처에 나뉘어 있던 해양수산 업무를 모두 이관받아 출범했지만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소관 업무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쪼개지며 공중분해됐다. 해운·항만물류·해양 정책 부문은 국토부와 합쳐졌고 수산 부문은 농식품부에 갖다 붙여졌다.

해수부 폐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한 정부조직 개편이었지만 ‘이전 정부 색깔 지우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로 인해 1996년 해수부 신설 이후 12년간 쌓아왔던 ‘통합 해양행정’ 기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급기야 해수부 폐지 이후 ‘해양 부문을 서자(庶子) 취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이명박정부 때 국토해양부로 넘어온 해양 관련 인력은 ‘노무현정부 쪽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해 찬밥신세나 마찬가지였다”며 “국토해양부 내 정책 우선순위 등에서 안전을 포함한 해양 관련 업무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정의 연속성 단절이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배경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홍섭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이명박정부 5년간 해양·수산 정책이 중요한 시기였음에도 표류했다”며 “그 기간 관련 정책이 단절된 영향이 누적돼 지금에야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부, 기본 중의 기본인 안전 소홀했다=해수부는 지난해 재출범 이후 해양안전헌장 선포 등 안전 분야에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윤진숙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사에서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빈발하는 해양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속한 해양 구난체계 구축’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수부는 신생 부처로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남극 장보고 제2과학기지 준공 등 눈에 띄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정작 가장 기본이 됐어야 할 해사 안전 분야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해수부 출범 이후 윤 전 장관이 물러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 전남 여수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를 비롯해 각종 사고가 이어졌다. 장관 교체 후에는 1급 고위직들이 단체로 사의를 표하는 등 조직이 어수선했다.

선박 사고를 기점으로 해양 안전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날려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지난달 6일 ‘봄철 선박 사고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내용의 자료를 통해 “여객이 증가하는 봄철을 맞아 여객선과 여객터미널 및 접안시설을 사전 점검하고 선종별로 안전수칙의 현실 부합성과 이행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로 공허한 방침이 됐다. 세월호와 같은 연안여객선 수송 실적은 2012년 1435만명에서 지난해 1606만명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승객 증가에 따른 안전 대책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해수부 해사 안전 컨트롤타워 맞나=세월호 사고를 통해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두 기관 간 해사 안전을 둘러싼 교통정리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고 이후 해수부는 줄곧 ‘내항여객선 안전관리 문제는 해경 관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해운법 시행령 제27조에 따르면 해수부 장관은 ‘여객선의 안전 운항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운항관리규정의 접수 및 운항관리규정의 심사와 변경요구’ 등을 해양경찰청장에 위임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해수부로선 여객선 안전 관리와 관련해 한 걸음 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문제가 된 운항관리자 제도나 화물 과적에 따른 문제를 직접 파악할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해사 안전과 관련한 기본 정책을 해수부가 총괄한다는 점에서 여객선 안전은 해수부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권에서 보듯 기관 간 감시를 이중, 삼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관할 나누기’ 식으로 돼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VTS는 항만시설과 가까운 15곳은 해수부가, 연안 2곳은 해경이 나눠서 관할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