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가족들 “정부 도움 필요없다” 불신 극에 달해
입력 2014-04-28 02:31
“공무원들이 실종자 가족 및 유족에게 직접 접근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은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이나 동 주민자치위원, 통반장, 교회 관계자 등을 통해 도와드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주민자치센터 인근에서 만난 경기도 합동대책본부 가족지원전담반장 조모(41) 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조 사무관은 지난 22일 구성된 합동대책본부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직 박모(56·여) 주무관과 함께 학생 희생자가 많은 고잔1동, 와동, 선부동에서 희생자 가족 및 실종자 가족을 돕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은 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직접적인 대면이 없었던 공무원들이 접근하는 것에 가족들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 사무관은 “사고 초기에는 공무원들이 직접 접근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며칠 고민 끝에 인근 교회를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이 교인들을 설득한 끝에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이 학부모는 현재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에게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반장이나 학부모회 관계자, 동 자치위원회, 자신이 다니던 교회 신도 등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자를 제외하고는 가족들과 접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잔1동은 세월호 탑승자만 109명이고 실종·사망자가 86명이나 되는 피해 가족 밀집지역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사고 초기에 사망·실종자 8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했지만 “정부 도움은 필요 없다”며 강하게 거부하는 가구가 무려 76가구에 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것이다.
조 사무관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측면 지원방안을 찾았다.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생계비 지급 등 경제적 문제 해결, 법률상담, 장례지원, 가사도움을 주는 것이다.
현재 고잔1동에는 실종자 가족 중 10가구 정도가 진도 현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다른 가족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집이 아예 비어 있거나 80대 후반의 노부모가 남아서 집을 지키고 있다고 조 사무관은 귀띔했다. 노부모들은 매일 눈물로 밤낮을 보내고 있으며 생계는 엉망이 돼버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학부모회, 주민자치위원회, 통반장, 교회 관계자 등 자원봉사자들은 도시락 배달, 청소 등 피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집이 빈 곳에 도둑이 들지 않도록 문 앞에 배달된 우유나 신문 등을 수거하는 일도 한다. 장례절차, 법률상담, 경제문제를 포함한 유가족 지원 등 기타 문제는 경기도 합동대책본부가 맡고 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있다고 한다. 심리전담반이 마련돼 있지만 이들이 도움요청을 하지 않아 지원할 방법도 딱히 없다. 극히 일부만 도움을 요청할 뿐이다. 조 사무관은 이들이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 때 나타나게 될 제2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잔1동은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함께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희생자 가족들이 있어 동네 분위기가 침통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인근 단원고도 빨리 정상화되고 이 사태가 하루빨리 수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