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손님 ‘뚝’… 속으로 우는 영세 상인들

입력 2014-04-28 02:26


2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길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모(56·여)씨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은 이마트 왕십리점의 의무휴업일이다.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면 장사가 잘돼 잔뜩 기대를 하고 나온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최씨의 반찬가게를 찾은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최씨는 “시장에서 장사 안 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고로 더 심해진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아예 시장에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33㎡(10평)짜리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주형(41)씨는 매장 앞에 작은 푯말을 세웠다. ‘세월호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는 글귀였다. 매장엔 봄 날씨에 맞춰 틀었던 밝은 음악 대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매장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든 것은 텅빈 테이블이었다. 일요일 낮 시간이면 강남역에 놀러 나온 젊은이들이 꽉 채웠던 그 테이블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사회가 우울한 분위기에 젖으면서 서민경제 전반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비극적인 사고의 충격 때문에 국민들이 외출 자체를 삼가고 소비를 줄이면서 대형마트는 물론 골목상권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식당은 저녁 장사가 중요한데 세월호 사고 이후 회사들이 도통 회식을 안 하고, 예정됐던 회식까지 취소하면서 저녁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식당만 타격을 입는 게 아니라 회식 후 찾았던 주변 노래방이나 커피전문점 매출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택시기사 박모(50)씨도 김씨를 거들었다. 박씨는 “최근엔 회식하는 손님들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저녁이나 심야시간에 택시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사납금 내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인근 노래방 주인도 “손님이 몰릴 때는 방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노래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다른 노래방도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영화관이 몰려 있는 종로구 상권도 손님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점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판매하는 한 상점 주인은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이 나와서 야식으로 떡볶이 등을 먹곤 했지만 지금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우리도 장사가 안 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A카드사의 경우 세월호가 침몰한 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 개인 카드사용액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하루 평균 4.4% 감소했다. B카드사도 참사 직전 주에는 카드 사용액이 전월 동기에 비해 4% 늘었다가 참사 뒤 1주일은 오히려 4% 줄었다.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각종 축제와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면서 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건전한 행사조차도 눈치보기에 급급해 축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농심은 매년 어린이날 본사 사옥에서 열고 있는 ‘농심으로 나들이가자’ 행사를, 빙그레는 ‘어린이 그림잔치’ 행사를 세월호 사고를 이유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요란하거나 음주가무가 곁들여지는 행사가 아니라면 기업이나 개인들도 추모 정신을 살리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게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