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심에…“비디오판독 확대하자” 프로야구 LG-KIA 경기 등 발생
입력 2014-04-28 03:21
지난 25일 LG-KIA의 잠실 경기. KIA는 2-3으로 뒤진 9회초 공격에서 2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브렛 필의 타구가 LG 투수 봉중근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봉중근이 뒤로 달려가 어렵게 1루에 송구했고, 이계성 1루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그러나 비디오상으로는 LG 1루수 김용의 발이 한 뼘 이상 1루 베이스에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KIA 선동열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판정이었다면 동점이 되고 이후 경기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음날인 26일엔 LG가 오심 피해자였다. 7회말 2-2 상황에서 박용택의 좌전안타 때 1루에 있던 오지환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KIA 좌익수 김원섭이 포수 차일목에게 정확하게 송구했으나 태그하기 전에 오지환이 왼손으로 슬라이딩하면서 플레이트를 훔쳤다. 그러나 구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LG는 8회초 3점을 내주며 패했다. 두 팀은 서로 결정적인 오심을 겪으며 1승씩 주고받은 셈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명백한 오심이 잇따르자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은 홈런 여부에만 적용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홈런, 아웃·세이프, 몸에 맞는 공, 인정 2루타, 트랜스퍼 플레이, 베이스 터치 유무, 태그 플레이, 외야수의 직접 캐치 혹은 숏 바운드 캐치, 팬의 플레이 방해 등 13개 분야에서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
일선 감독들 사이에선 우리도 더 이상 비디오판독 확대를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진화한 중계화면을 접한 야구팬들은 과거보다 더 정확한 판정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비디오판독이 확대되면 오히려 심판들의 억울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판정 번복 사례가 늘면서 심판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아예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는 게 심판을 돕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두산전에선 같은 사안을 두고 두 차례나 판정을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3회말 한화 이용규가 두산 크리스 볼스테드의 투구에 발을 맞고 1루로 걸어나가자 구심이 3루심과 합의 끝에 판정을 번복했다. 이어 한화 김응용 감독이 재차 항의하자 구심은 이를 다시 번복해 양쪽의 불신을 자초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 확대를 위해서는 시설 비용 등 고려해야할 문제가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자체적으로 30개 구장에 300억원을 들여 카메라를 설치했다. 중계 화면 외에 독립적인 화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구장은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아 카메라 설치가 용이하지 않은 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고민이다.
KBO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운용 실태를 검토해 내년 시즌부터 비디오 판정 확대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