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세월호 안전담당 조기장 “배에 누가 탔는지 몰랐다”
입력 2014-04-28 03:56
“출항 전날 청해진해운에 입사해서 새벽에 바로 배를 탔어요. 거기서 죽었어야 했는데….”
지난 26일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혐의(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로 검경합동수사본부에 구속된 세월호 전모(55) 조기장. 그는 지난 14일 청해진해운에 입사해 이튿날 바로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 구속되기 전인 24일 전남 목포의 한 병원에서 만난 조기장은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이 죽어 안타깝다. (나도) 거기서 죽었어야 했다”고 여러 번 되뇌었다.
조기장은 기관원과 조기수를 관리·감독하며 선내 사고나 안전 문제를 1차적으로 파악해 처리하거나 1등 기관사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청해진해운은 안전과 직결된 승무원을 출항 전날 채용해 바로 배에 태운 것이다. 세월호 선원들이 몇 달 사이 “배가 불안하다”고 잇따라 퇴사해 빈자리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던 그는 15일 새벽 4시30분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여관에서 잠시 쉬다 바로 세월호에 올랐다. 오전 11시 선원들과 인사한 뒤 배의 구조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출항 뒤 오후 11시부터 기관실에서 새벽 당직 근무를 섰다. 16일 오전 3시30분쯤 당직 근무가 끝나서 선실로 올라가 근무 기록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우당탕탕’ 소리가 나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배가 기울면서 허리를 선반에 부딪쳤다”며 “기울어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고 말했다.
안전을 담당하는 조기장은 원래 당직 근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원들이 잇따라 그만두거나 휴가를 떠나 이번 항해에서는 조기장도 직접 기관실 당직을 서야 했다. 그는 “새벽에 부산에서 건너와 선장·선원들과 인사만 하고 바로 기관실로 내려간 터라 배에 누가 탔는지, 어떤 화물이 실렸는지도 몰랐다”며 “하루 만에 투입돼 선원 교육 등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침몰 과정에서 배가 왼쪽으로 기울자 오른쪽에 있는 객실 문을 열기 위해 양말까지 벗고 선실 바닥을 기어올랐다. 선실 바닥에 깔린 장판이 미끄러웠다. 그렇게 문을 여니 복도에는 이미 물이 다 차 있었다고 한다. 그는 “허리를 다친 데다 누가 탔는지도 몰랐던 터라 그냥 그렇게 기어서 배를 나왔다. 내리고 나서 수학여행 학생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거기서 죽었어야 했다. 그러면 이렇게 괴롭진 않을 텐데…”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선내 안전관리 담당자를 채용 하루 만에 사전 교육도 없이 항해에 투입한 청해진해운의 허술한 인사관리도 놓여 있었다.
목포=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