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정부, “재난 대응 부실” 경고 외면…정책연구 용역 분석

입력 2014-04-28 04:17


정부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난 사고를 막기 위해 10여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전문가들로부터 각종 연구 결과를 받아놓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연구를 통해 해마다 “재난 대응력이 부실한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음에도 사고 예방 및 대응책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간 ‘짬짜미’라는 비판이 일 정도로 관행화된 정책 연구용역에 ‘헛돈’만 쓴 셈이 됐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25일 정부의 정책 연구관리 시스템 ‘프리즘’에 공개된 안전·재난 관련 용역보고서 5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에서 지목된 문제점 대부분은 이미 연구용역을 거쳐 대책과 예방법까지 나와 있었다. 선원 안전교육, 여객선 관리체계, 재난 발생 시 소통체계 구축, 사고 수습 컨트롤타워 운영, 노후·개조 선박 관리 방안, 민간 구난업체 활용 방안 등이 모두 연구돼 있는 상태다.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가 2010년 2920만원을 주고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 발주한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예방 기준 마련 연구’ 보고서는 선원들의 안전의식 부재가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연구원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세월호처럼 승객을 가득 싣고 국내 항구를 오가는 내항선원 4명 중 1명(24.5%)은 “회사에서 사고예방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원들은 “개인의 안전의식 확립을 위해 확실한 교육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국토부는 “정책에 참조·반영하겠다”는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세월호 선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1∼2014년 해난사고 방지 대책을 연구한 보고서는 50여건이나 됐다. 이런 연구에 들어간 예산은 36억원에 달한다. 입력 실수로 연구비용이 표시되지 않은 보고서나 이미 연구가 끝났지만 검토·평가를 마치지 못해 공개되지 않은 것들까지 합치면 금액은 훨씬 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들은 해난사고가 곧장 막대한 인명피해와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줄곧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용역 발주에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추진에 머뭇거리는 사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터지고 말았다.

진도=정부경 이도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