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 어떻게 도울까… “도와 주겠다는 값싼 위로보다 그냥 조용히 곁에 있어만 줘라”
입력 2014-04-28 02:06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극동방송 6층 스튜디오. 세월호 침몰사건 앞에 교회의 답을 찾는 자리여서인지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낮고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2012년 5월부터 ‘교계전망대’ 사회를 맡아 온 이상화 드림의교회 목사가 녹음 전 입을 열었다. “많은 목사님들이 세월호 참사 후 위로의 메시지를 준비하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해요.” 헤드폰을 낀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와 최의헌 연세로뎀정신과의원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용환 PD가 손을 올리면서 녹음 사인을 보냈다. “청취자 중에 세월호 피해자가 있을 겁니다. 최대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자, 시작합니다.”
이 목사의 오프닝 멘트 후 권 교수가 입을 열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아빠로 안산지역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안산에선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무력감이 느껴집니다. 전 국민이 대리(代理)외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최 원장도 치료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해자는 둔감, 민감, 재경험의 과정을 꼭 거친다”면서 “그들은 과거의 아픔을 영화 장면처럼 수천 번 반복 경험한다. 누적되면 정신적 피폐로 이어지고 분노로 표출되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때문에 이전에 다른 재난을 경험했던 많은 분들이 고통을 재경험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 지금은 정말 비상상황”이라면서 “교회에도 이런 분들이 많으니 적극 돌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공감은 영어로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이며 이웃이 처한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는 뜻”이라며 “교회는 그들이 펑펑 울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욥기에도 나와 있듯 고통 당하는 사람이 겪는 더 큰 고통은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입을 열면서 시작된다”면서 “교회는 먼저 뭘 해주겠다며 값싼 위로를 하려 하거나 개입하지 말고 공감의 자세로 옆에 그냥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설교 때도 ‘이래야 합니다’며 가르칠 필요 없이 피해자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교계전망대’는 교계 현안에 대한 답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이 목사는 “지난 2년간 50여개 주제를 다뤘는데 ‘신학이 잘못되면 삶이 웃음거리가 된다’는 원칙을 붙들고 앞으로도 건강한 신학과 삶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