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투병… 19세 청년의 버킷리스트에 누리꾼들 감동하다

입력 2014-04-28 02:54


英 스티븐 서튼의 아름다운 삶

청소년 암 환자 위해 모금 호소… SNS 심금 울려 45억원 넘게 답지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영국의 19세 청년 스티븐 서튼(사진)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46가지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죽음과 싸우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스카이다이빙하기, 코끼리와 포옹하기 등의 체험에 도전해 그동안 33가지 항목을 실천했다.

청소년 암환자를 위한 모금 운동도 그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시작됐다. 목표는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원). 하지만 인터넷 모금사이트 저스트기빙닷컴(justgiving.com)의 도움으로 목표를 순식간에 넘어섰다. 코미디언 제이슨 맨퍼드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응원에 나서면서 모금액은 하루 만에 100만 파운드를 돌파했다. 26일(현지시간) 현재 10만6000명 이상이 참여해 전체 모금액은 261만 파운드(약 45억6000만원)에 달한다. 대다수의 일반 시민은 5∼20파운드씩 기부하고 있다. 저스트기빙닷컴은 서튼의 당초 목표액 10만 파운드를 넘어서자 5만 파운드를 별도로 기부했다. 같은 처지의 청소년을 위해 죽기 전에 모금 운동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한 청년의 간절한 소망이 누리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4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은 서튼은 여러 차례 수술을 했지만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퍼지면서 의사들은 치료가 힘들다고 포기했다. 하지만 서튼은 절망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소년 암 환자를 위한 기부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총리 관저를 방문해 청소년 암 환자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연설 기회를 얻기도 했다.

서튼의 버킷 리스트 중에는 아직 ‘페루 마추픽추 방문’ ‘호주 여행’ ‘브라질 리우 카니발에서 춤추기’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서튼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46가지의 리스트를 모두 채울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2일 서튼은 병실에 누운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지금까지는 잘해왔지만 불행히도 이게 큰 장애물인 것 같다”는 글을 올려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이틀 뒤 “폐 하나가 기능을 잃었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지난 25일에는 “나는 가망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모든 사람의 긍정적인 생각과 지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몸속에 암세포는 퍼져 있지만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