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친구들 빈자리 듬성 듬성… “돌아와 돌아와” 눈물의 찬송
입력 2014-04-28 00:38 수정 2014-04-28 02:42
안산지역 고등부 및 전국 주일예배 표정
세월호 침몰사고 후 두 번째 주일을 맞은 안산지역 교회들은 27일 예배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면서 기성세대의 통렬한 회개를 촉구했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로 안산지역 교회 28곳에 출석했던 단원고 학생 65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이날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 고등부 예배 10분 전 강단에 오른 찬양팀 ‘해피소울’의 코러스 자리는 유난히 휑해 보였다. 2주 전까지 조모(17)양이 지켰던 자리다. 세월호에 탔던 조양의 시신은 지난 주 발견됐다. 조양의 친구와 선·후배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고 찬양을 불렀다.
기도를 맡은 여학생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이 주님 품에 있음을 믿고, 이들이 주님께서 약속하신 부활의 소망 가운데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기도했다. 안산제일교회는 조양을 포함해 8명의 학생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교회 교육총괄 박병주 목사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소망을 이야기하며 최대한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12시에 열린 주일 대예배서 고훈 목사는 ‘얘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용서해라’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너희들은 바다에서 숨 쉬지 못하고, 우리들은 육지에서 숨 쉬지 못하고, 너희들은 떠나면서 인사도 못하고, 우리들은 남은 자의 통곡이 되고…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오늘은 눈물로 안녕”이라며 애도했다.
안산광림교회(민경보 목사) 성도들은 이날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 교회가 주문·제작한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한쪽 가슴에 달았다. 민경보 목사는 “마음을 모아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실종자가 발견되길 바라는 뜻에서 배지를 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산광림교회는 이날 현재 세월호에 탑승했던 고등부 학생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 교회 고등부 민성우 전도사는 “친구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커 학생들 중에는 ‘하나님이 계시면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없다’며 따지듯 묻는 이들도 있다”며 “남아 있는 아이들을 추스르는 것 역시 중요하기에 ‘같이 기도하고, 고민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는 주일 대예배 설교에서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을 비판하며 성도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면했다. 김 목사는 “지난 주 우리교회 학생 두 명의 시신이 수습돼 발인예배를 드렸다”며 “무엇보다 어른들의 안일함과 무책임 탓에 이 일이 벌어진 것 같아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도들에게 “예수를 믿는 우리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생명을 구해야 한다”면서 “십자가는 예수님처럼 스스로가 지는 것이지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교회도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 실종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광주 미문교회 백남선 목사는 “누가 무슨 위로의 말을 한들 피해자들의 귀에 들어오겠느냐. 위로의 하나님이 그분들을 도와주시길, 사태수습이 잘 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오연택 대구제일성결교회 목사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세월호 관련 기도를 하면서 성도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안산=최승욱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