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겨울새

입력 2014-04-28 02:53


참담한 이 시절에 무슨 말을 하랴. 준비했던 글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

첫날 바다 위에 이만큼 떠 있는 선체를 보았다. 시간도 있으니 대부분은 구조되리라고 믿었다. 제대로인 구조작업을 대대적으로 하였다면 말이다. 첫날 그랬다면, 다음날이라도 그랬다면, 한탄하지만 후일담일 뿐이다. 참사 원인의 각자는 책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오락가락이고 애초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낮 기온이 20몇 도로 후텁지근하다. 밤은 10도 대로 일교차가 크다. 전남 진도 앞바다 속은 얼마나 검고 추우며 두려울 텐가. 부모 형제가 목이 쉰 채 애타게 실종자 이름을 부른다. 그분들은 평생 남은 날을 지금 다 살았다.

국민도 목이 메고 마음이 아려 견딜 수 없다. 우왕좌왕하는 대책과 대응에 분노하고 분개한다. 숨기는 것투성이라는 의혹을 부추기게 하는 거짓보도에도 분노한다. 마음이 종일 진도 앞바다에 가 있어 일손을 잡기 힘들다. 기적을 기원해야 하는 어이없는 현실에 다시금 분노하고 분개한다.

상식으로는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참변이다. 이 비상식의 제공자가 죄다 어른이라서 같이 어른인 사실을 미안해하며 부끄러워한다. 그사이 보름 남짓. 분노와 부끄러움마저 지쳐간다. 바깥세상에서는 누군가 결혼을 했다 하고 누구는 아기를 낳았다 한다. 무상하다.

붉은색 구명재킷을 입고 선실 유리창에 붙어 뭐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다.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 세상에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저렇게 생으로 가라앉히다니.

2010년 3월. 백령도 해상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였다. 장병 40명이 가라앉는 함선과 함께하였다. 6명은 실종되었다. 그들, 겨울새처럼 춥고 외로이 길을 떠났다. 그 밤 한 뮤지션은 조용히 작업실로 올라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 바라며 날 새워 진혼곡을 바쳤다. 이제 또 푸르되 푸른 영령들께 그 곡을 바쳐야 하는가. 애통하다.

백설화가 졌는데/ 왜 그리 서두는가/ 북방한파 다 보내고/ 어이해 떠나느냐/ 하늘 안 배 타고/ 무심히 가누나/ 북망산 유람이 끝나면/ 새 꿈을 안고 오소서/ 새 꿈을 안고 오소서(‘겨울새’, 달 고양이 앨범 ‘시작’에서)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