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남성현] 세월호의 비극

입력 2014-04-28 02:53


세월호의 비극은 마주 대면하기조차 버거운 현실이었다. ‘움직이지 말고 제 자리에 있으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나란히 줄을 지어, 이미 기울 대로 기운 선실에 조용히 기대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마치 우리의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어찌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야만적인 일이 발생했을까. 한편에서는 세월호에 얽혀 있는 부실과 불법에 대해서 많은 걸 쏟아내고 있다. 오래된 연한, 무리한 증축, 구조적 결함, 기관 고장, 무질서한 화물 적재, 구명정 미작동, 탑승인원 불명확 등등…. 여기에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상한 대처는 오싹 소름을 돋게 한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NYT)가 선장을 ‘세월호의 악마(Evil of the Sewol)’라고 불렀을까.

아이들의 불행은 우리 죄 때문

다른 한편으로 정부와 해경의 대처는 의아하기 짝이 없다. 사고시각과 신고시간, 항적과 교신내용 같은 아주 기본적인 ‘팩트’조차도 정부와 해경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왜 처음부터 모든 걸 공개하지 않고 기존의 발표를 자꾸 뒤집으며 불신을 자초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생존자들이 증언하는 ‘쾅’하는 충돌음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CNN은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에 관해 ‘Did human error sink the South Korean ferry?’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제임스 스테이플스라는 해양전문가는 세월호가 ‘물속의 어떤 물체를 들이받은 것 같고, 그 때문에 파공이 되어 다량의 바닷물이 들어왔을 수 있다’고 했다. 25일 YTN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8시49분12초에 단 1초 동안 10도를 급선회했다고 한다. 화물 무게까지 합하면 1만t이 넘는 배가 어떻게 1초 만에 10도나 급격하게 변침했을까.

세월호의 진실이 무엇이든 침몰하는 배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불행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부실과 불법으로 얼룩진 세월호의 원죄는 모두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또 그 아이들은 현 정권을 뽑는 데 투표할 자격조차 없었다.

아이들의 잘못 아닌 잘못이라면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기대하며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는 것, 그리고 ‘세월호의 악마’를 신뢰하고 정부와 해경 등 어른들을 믿었다는 것뿐이다. 동심어린 기대와 신뢰를 죽음으로 짓밟다니, 우리의 죗값에 대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심판하실지 두렵다.

소유욕·지배욕에서 벗어나야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국민이란 사랑하는 사물에 대한 공통된 합의로 묶여진 이성적 대중의 집합이다. 그 집단이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국민이 어떤 국민인지 알 수 있다…더 선한 것을 두고 합의할수록 더 선한 국민일 것이고, 더 못한 것을 두고 합의할수록 더 못한 국민일 것이다…다만 불경스러운 인간들의 국가에는 일반적으로 진정한 정의가 없다.”

부실과 탈법에 또 다른 악이 결합되었든 어떻든 간에 아이들의 희생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사랑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더 선한 것을 바라고 합의했더라면 우리 사회는 더 선한 사회가 될 수 있었고 오늘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못한 것을 놓고 지금껏 합의해 왔기에 더 못한 국민이 되었고, 무죄한 영혼들이 희생되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소유욕과 지배욕에 탐닉한다면 우리는 더욱 깊은 구덩이에 빠져 더욱더 못한 국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성으로 악덕을 다스리고 정신으로 육체를 절제하며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밟는 곳마다 탐욕의 고름이 넘쳐흐르는 이 나라도 하나님 나라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