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정관념 깨고 시장 창출… 폐기물을 고형연료화 300억 절감 “이것이 창조경제”

입력 2014-04-28 02:20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과 다른 발상으로 새 시장을 창출하고 업무 효율이나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자는 취지의 ‘창조경제’를 실제 업무에 다채롭게 적용하고 있다. 덩치가 큰 조직이고 토지, 주택 등 업계의 관행이 중시되는 분야여서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능동적이고 발 빠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H는 지난달 특허청에 생소한 이름의 ‘매립폐기물 자원화 특허’를 등록했다. LH가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에서 택지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30만t의 폐기물이 나왔다. 기존 처리 방식대로라면 외부 업체에 위탁해 소각해야 하고 이 비용이 285억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LH는 이번에 폐기물을 약 9만t의 고형연료(폐기물을 선별해 파쇄한 뒤 고체로 만든 연료)로 만들어냈다. 땔감으로 쓸 수 있는 연료여서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 18억원에 팔게 됐다. 결과적으로 285억원어치의 소각 비용을 절감한 데다 18억원의 부수입까지 생겨 300억원 이상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LH는 이 과정에서 얻은 기술에 대해 특허를 냈고 조만간 기술 고도화를 통해 ‘국가 환경 신기술 인·검증’까지 추진키로 했다.

LH 관계자는 27일 “폐기물을 자원화한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사업 분야에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로 했다”며 “이를 경영 정상화의 디딤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행복마을권 사업’도 창조경제의 또 다른 예라고 할 수 있다. 행복마을권 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어촌 지역에도 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주거 복지를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통상 민간 업체들이 농어촌 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의 삶과 떨어진 ‘나홀로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행복마을권 사업은 기존 마을과 연계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차원으로 추진된다. 마을의 한 부분으로서 아파트가 생겨나 지역의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지역의 한 부분으로서 아파트가 들어서니 아파트 주민도 고립되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부채를 줄여야 하는 LH로선 마냥 ‘퍼주기’성 사업만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사업의 재원 조달을 지방자치단체와 매칭펀드(지자체가 주택건설 사업에 용지비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1차로 충북 괴산(강산마을), 전남 함평(들야마을), 경북 청송(풀솔마을) 등에 행복마을을 조성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개발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자체와 협업할 경우 LH가 농어촌 지역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며 “단순한 시장 창출을 뛰어넘어 지역사회와의 상생 및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가치 창출까지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규제개혁에 있어서도 LH의 능동성이 돋보인다. LH는 이달 초 이재영 사장과 전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자체 ‘LH 규제개혁 시스템’을 구축했다.

LH 규제개혁 시스템은 국민이나 고객이 규제완화를 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할 경우 해당 부서에서 즉각 검토하게 한 뒤 이후 1차 심의를 거쳐 규제완화가 필요할 경우 2차 심의를 거쳐 제도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도록 해준다. 1차 심의에서마저 규제완화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 같았으면 제안 자체가 폐기됐지만 LH는 이런 경우에도 사장 직속 규제완화 태스크포스(TF)의 판단을 반드시 거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 TF가 자체 판단과 사장 보고를 거쳐 최종적으로 규제완화 여부를 결정한다. LH는 “규제완화가 안 될 경우 TF를 통해 사장에게 바로 보고될 수 있도록 일종의 ‘핫라인’이 구축된 것”이라며 “우리의 이런 능동적 규제개혁 노력이 다른 공기업들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사장은 “LH는 국민이 고객인 서비스 기업이어서 서비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책임 회피용 규제, 기득권 유지용 규제, 행정 편의용 규제 등 3가지 분야 규제는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